예전에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던 분이 이 책을 소재로 글을 쓰신 적이 있어 접하게 된 책이다.
당시에는 그 아픔을 겪하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아픈 게 일상이다 보니 아파도 조금만
아프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식이요법을 지도해준 분은 "질병은 몸에 찾아온 손님" 이라며,
극진히 대접해서 떠날 수 있게 해주라고 했다.
질병은 죽음으로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몸을 쉴 수 있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덧붙였다.
엄격히 생활을 관리하며 사는 게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몸을 이토록 극진히 돌봐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음을 떠올리며,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려 했다.
누구도 아픈 것 때문에 아프지 않길 바란다.
질병의 개인화는 아픈 몸에게 질병의 책임을 전가시켜 죄책감으로 고통받게 만든다.
아울러 질병에 대한 관점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아픈 몸이 상처받는 일은 줄어들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질병을 몸에서 삭제해야 하는 배설물 같은 존재로만 본다면,
만성질환자를 포함해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아픈 몸은 불행한 패배자로 살 수 밖에 없다.
의학으로 죽음을 삭제할 수 없듯이 질병을 삭제할 수 없다.
누구나 아프게 되고 죽게 된다.
질병이나 죽음 자체가 비극인 게 아니라,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삶으로 겪어낼 수 없을 때
비극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된 노동을 반복해도 결코 아프지 않은
무한히 노동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다. 자연이 생명체에 부여한 생로병사를 낙인이나
차별없이 겪을 수 있는 몸, 잘 아플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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