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연필로 쓰기' 김훈
도라다녀
2019. 5. 14. 10:26
우리 엄마와 동갑내기신 김훈 작가님이 쓰신 생활 산문집.
그 분은 일산에 사시면서 소소한 일상을 글로 쓰시고
작은 관심을 집중있게 알아가면서 또 글을 쓰신다.
내 주변의 환경과 일상도 작은 관심만 기울이면 이분처럼 글의 무궁무궁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연필로 쓰기'에 나오는 부분 중 내가 이 부분은 정말 멋지다라고 표현한 글을 옮겨본다.
특히 동물과 낙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담백하면서 엄숙하다.
'동물들은 문명이나 제도, 언어나 관습의 보호를 받지 않고
앞선 세대로부터 아무런 기록이나 유산을 물려 받지 않는다.
동물들은 오직 제 몸뚱이 하나로 제 몸뚱이를 먹여 살리거나
강자의 먹이로 내어주면서 번식과 죽음과 기아와 멸종의 수백만 년을 건너간다'
'낙타의 발바닥은 두껍고 넓다.
낙타는 그 발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땅을 디딘다.
낙타는 지그시 땅바닥을 밟는다.
낙타의 종족은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수만 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는 동안
견딤과 참음의 형질이 유전되어서 갓 태어난 낙타 새끼조차도 늙음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호랑이나 사자,원숭이의 어린 새끼들은 저네들끼리 장난치고 까불고 뒹구는데,
낙타의 새끼들은 별로 부산을 떨지 않는다.
견딤과 참음의 수만 년 세월속에서 낙타는 구도자나 순례자와 같은 운명의
표정에 도달했을 것이다.
낙타는 목밑의 피부를 길게 늘어뜨리고 머리를 높이 쳐들어서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갈 길이 멀기 때문일 것이다.
낙타는 주저앉아서도 먼 곳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