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죽음의 자서전' 김혜순

도라다녀 2020. 1. 13. 09:43

 

죽음의 자서선 - 김혜순
 
이 책을 읽는내내 작가 김혜순 작가님께 미안했다.
온통 어둡고 절망적인 단어로 가득한 이 시집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빨리 이책의 마지막장을 넘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나는 읽기 싫으면 안 읽으면 되는데 왜 읽었을까. 그것도 의문이다.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말하지 않는 두려움을 대놓고 표현해서
불편했던 것일까.
 
이 날카로운 시집에는 아래의 단어들로 가득하다.
죽음, 피, 울음, 절벽, 추락, 사체, 사망, 망자, 뇌, 고독, 면도날
무덤, 붕대, 칼끝, 유령, 환각, 불안, 공포, 분노, 두개골, 망자
질식, 미로…등등
 
이 시집에 '자장가'라는 시가 있다
 
자장가'
 
아이의 엄마가 죽은 아이를 안고 얼렀다.
자장가를 불렀다.
자장가의 내용은 이랬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얼른 죽어 편해지자
더 이상 울지 말자.
아이의 엄마는 방 한 가운데를 파고 아이를 묻었다.
천장에도 묻었다. 벽에도 묻었다. 눈동자에도 묻었다.
엄마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지만 아이의 이름은 알았다.
 
이 얼마는 소름끼치고 기괴한 시인지..
 
어렸을때 인형놀이를 진짜 열심히 한지라 아래 구절이 와 닿았다.
험난한 표현은 제외하고 마치 인형이 이랬을것 같은 내용만 담았다.
 
네가 집을 나가면 남아 있는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살아나는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창문 열고 내다보는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외출하는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고아 행세 하는 것, 인형
 
인형..잊고 산지 오래, 나를 인형에 빙의시켜 말하게 만든 그 많던 인형들을
다 어디로 갔을까. 함께 살던 그 집을 나온지 15년이 넘었는데..
나의 인형들은 어디에..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