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새벽의 방문자들' 장류진외

도라다녀 2020. 8. 5. 14:23
'새벽의 방문자들' - 장류진외

올해의 나의 작가로 선정한 장류진 작가님, 응원합니다.
'새벽의 방문자들'은 장류진 작가님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도 등장하는 단편 소설이다.
이런 방식으로 두번씩 읽게 되는 소설들이 몇 개 있다.
박상영 작가님 소설도 그랬고, 암튼 단편들은 여기저기 들어 가기 좋기 때문인가 보다.

새벽의 방문자들 - 장류진
룰루와 랄라 - 하유지
베이비 그루피 - 정지향
예의 바른 악당 - 박민정
유미의 기분 - 김현
누구세요 ? - 김현진

이책에는 이렇게 6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다.
그 중에 '베이비그루피' 와 '누구세요'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베이비그루피'는 나도 그렇게 나이가 어리고 인디밴드에 대한 동경이 있으면
그렇게 그루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꼭 인디밴드 아니더라도 어렸을 적 알게 모르게 당했던 성추행들,
과 선배들이 학업에 도움을 주고자 내 자리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는 다든가
야한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든가, 버스에서 내릴때 배려랍시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행위들,
그 당시 인식이 없어 아무 생각없이 지냈던 나,
지나고 보면 요즘 이슈되고 있는 딱 미투의 한 형태이다.
그들도 그걸 성추행이라고 인식하고 그러진 않았을테지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던 성추행이 세상이 바뀌어 표면위로 올라온 것 일테다.
그래서 '한국 인디밴드 공연에 안 가는 이유'를 인터넷에 올라와 있어 살펴 봤는데
정말 구구절절 지저분한 내용으로 가득해, 읽다가 창을 닫아버렸다.

'누구세요'는 내용이 경쾌하고 빨라서 참 재밌어서 웃기도 하고, 성적인 묘사는 긴장도 되고 했다.
'누구세요'에 나오는 이런 남자, 진짜 내 남편이 아니여서 다행이지만
연애할 땐 데이트통장을 만들어 같이 쓰고, 결혼해서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집 장만은 동등하게 반반 해야하고, 아이 낳으면 집 가까운 장모님이 봐 줘야하고,
다 맞는 얘기는 한데 너무 숨이 갑갑해져 오는 건 어쩔수 없었다.
이게 사실 현실인데 우리들의 연애는 결혼 생활과 너무 다른 꿈 같은 시간이었다.
아무 걱정없이 맛있는거 먹고 마시고, 좋은 거 구경하러 다니고,
전화비 상관 없이 전화 통화하고, 연애할 땐 거의 내일 생각없이 막 살았던 거 같다.
내일을 살아보지 않았는데 오늘을 내일처럼 살 수는 없는거였다.
닥치는 대로 살았다는 게 맞겠지. 계획없이 바람이 부는대로 그 방향으로 흘러간 거겠지.

그 시절을 다시 산다면 아마도 또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