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도라다녀 2020. 8. 13. 15:08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스무살 청춘의 자유로운 연애와 방황에 대한 섬세하고 예민한 기록
어떤 내용은 지극히 공감이 가다가도
어떤 구절에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이런 마음이 생기다가도,
실제로 이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소설의 끝이 제말 나오코의 자살이 아니기를 바래고 또 바랬건만
슬픈 예감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어 가사처럼 안타깝게 비극을 맞이한다.
그러나 와타나베에겐 미도리가 있으니 그녀와 잘 되면 되는건지
와타나베가 나오코처럼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도 들고
소설의 끝은 거기까지 가지 않았지만 나비효과처럼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미도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완벽한 투정을 부려보는 거란다. 바로 이렇게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 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 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 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거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아마도 여자라면 좋아하는 남자에게 이렇게 막 해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내가 어떤 투정, 어떤 나쁜 맘을 먹어도 받아줄 수 있는 남자.
그것이 든든한 마음의 안정을 줄 수도 있고,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척도라 여길 수도 있겠다.
다만 어릴 때 한번 해보는 것으로, 만약 노처녀가 이렇게 군다면 꼴불견일수 있겠다.

이번에 안 것인데 상실의 시대가 노르웨이 숲이란다. (원제)
어쩐지 젊었을 때, 읽었던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 이름들이 다 똑같더라니. ㅎㅎ
내 젊음도 사실 상실했는데, 그 공허함과붙잡고 싶은데 잡히지 않는 막연한 내것 아닌 세상들
내 감정에만 충실했던 시간들, 그래서 잘 몰랐던 타인의 마음과 아픔들.
소환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잠시 묻힌 감정들을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