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이병률

도라다녀 2023. 3. 27. 14:58

활기는 안 바랍니다. 생기를 챙기세요.

 

중국 우한에서 할 일이 없었다. 돌아다니는 일도 그닥 재미없었다.

운동 같은 것을 섞어서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무의미 했다.

숙소 앞에 작은 빵집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 도합 세 번을 갔다.

뭔가를 끄적이기 위하여, 식빵 하나를 통째로 뜯어먹기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곳의 음악이 나쁘지 않아 음악만을 들으러.

 

그곳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 테이블 위에 놓인 튤립 한 송이 때문이었다.

식탁 위에 식물이 놓여 있으면 나는 그 가게를, 그 공간을 무조건

좋아하는 편인데, 그것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튤립 앞에서 편해진 기분으로 마구 나의 내부를 어질렀다.

세번째 방문했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테이블에 놓인 꽃 한송이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무릎을 쳤다.

평소 멀리서도 진짜 꽃과 가짜 꽃의 구분을 꽤 잘하는 편인데,

유리병에 물이 가득차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

단지 이상한 것은 튤립이 처음 갔던 날과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미 같은 꽃이라면 몰라도 튤립은 조금씩 피어나면서

여러 변화를 보이는 꽃인데 이상해서 만져보니 조화였다. 잘 만들었네.

나는 며칠 속은 게 부끄럽고도 어색해서 혼잣말로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면 물은 왜 담아놓아서 사람을 이리 완벽하게 속인단 말인가.

튤립 한송이 때문에 이 빵가게에 세번이나 오다니,

내가 썩 불편해하는 둔한 사람, 그 둔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조화가 어때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거짓에 절여진 이 세계에

가짜 그림과 가짜 꽃을  차려놓고 우리에게 둔하게 살아도 좋다고

세상이 강요하는 것 같아 싫다고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