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5 : 모든 것을 위한 시간 -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독서모임에서 선정하여 읽게 된 칼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5 : 모든 것을 위한 시간
책이 너무 두꺼워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무려 750 페이지 가량이나 되어 이 책을 선정한
발제자님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나중엔 결국 나와의 싸움이 되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읽기도 하고, 읽은 게 아까워 진짜 꾸역 꾸역 힘겹게 읽어 냈다. 장하다 ㅎㅎ
다 읽은 지금은 발제자님께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읽으면서 익숙지 않은 노르웨이의 몇몇 사항이 있었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다.
첫번째,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학교에서 단기 계약 교사직이 가능한 것
두번째, 고등학교 졸업반이 졸업하기 전에 한달 동안 버스를 대여하여 ‘루스’라는 파티를 여는 것
세번째, 우리나라 고등학생과는 매우 다르게 너무 자주 술, 담배, 파티등을 일 삼는 것
네번째, 노르웨이 북부 ‘핀스네스’ 라는 동네에 사람들이 아무 때나 불쑥 이웃집에 방문하는 것
다섯번째, 아무리 단기 계약 교사직이지만 제자와 사귀거나 학생을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칼오베는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모든 어른이 확고한 신념과 가치관으로 사는 건 아니지만 칼오베는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 같으면서도, 막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른스런 생각을
가지려 노력하는 반면 참으로 유치한 아이다움이 많이 있다.
칼오베의 일상의 나열들을 보며 나의 청소년 시기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각박과 함께 내면에서는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욕구가 항상 있었던 거 같다.
그것은 욕구 불만이 아니라 그 시절 청소년들이 가지는 내면의 열정이나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들,
그 시절엔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엄마한테 거짓말도 많이 하고, 사이사이 하는 작은 일탈들,
그렇다고 비행을 일삼는 것도 아니고, 그 날 집을 나가면 그 날 돌아오는, 아무도 모르는 일탈이었다.
내가 청소년 시절 때는 주입식교육으로 그야말로 정답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획일화된 교육이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억압받는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오베의 그런 자유분방함이 좀 부러웠다.
칼 오베가 여자들과의 관계를 시도하면서 조루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여자를 물색해가는
과정이 좀 너무하지 않나 싶기도 하면서, 이거 병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시도하는 과정을 글로
솔직하게 표현한 게 대단하다라고 느꼈다.
그리고 칼오베가 여자만 밝히는 게 아니라 자기 일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글도 쓰고, 평론가로 일도 하며 돈도 벌고, 아버지도 꾸준히 찾아 뵙고, 학생들도 나름 최선을 다해 본인의 줏대 있는
의지로 잘 가르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어리지만 잘 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첫수업을 앞두고 칼오베가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나왔는데 선생으로서 준비하는 자세가 있는 반면
근거 없는 자신감 또는 허세가 보였다.
P. 62
‘수업시간에 해야 할일들의 요점을 대충 적어보았다.
펜을 내려놓고 종이위에 적은 것들을 읽어보니 모두 너무나 당연한 것들 뿐이었다.
나는 종이를 구겨 휴지통 속에 던져넣었다’
잘 해낼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전날과 달리 수업 첫날은 완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P. 63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우리가 뭔가를 시작할 때 막연한 두려움, 긴장감들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다.
뭔가를 시작할 때 긴장되어 토할 것 같은 이런 기분의 구체적인 표현이 와 닿았다.
칼 오베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칼 오베 아버지는 어렵고 불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의미 없는 답변에 토를 달고 분위기에 안 맞는 불쾌한 말을 자주해서 대화를 부자연스럽게 하고
좀 피하고 싶은 사람 같다. 특히 술을 마시면 더하는데 칼오베 표현에 의하면
P. 305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좀 성가시게 변해요. 과거에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일일이 들추어 내면서 기분이 많이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와 운니가 마련한 저녁식사에 손님이 초대되어 왔을 때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본 칼 오베가
P. 313
‘아버지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것 같았다~~~그들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칼 오베 아버지는 좀 스스로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 같다.
그런데 얼마나 아버지가 본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가족으로부터 외면 받는 아버지를 보니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칼오베가 아버지께 정기적으로 전화를 하고 아버지가 집에 있다고 하면 어김없이 아버지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자식으로서 도리는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는 이혼을 하였으니 이 가족을 이어주는 것은
칼오베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314
나는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버지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침묵
가끔 어머니 차를 타고 학교에 간다고 했는데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어머니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30분을
이렇게 묘사했다.
P. 333
나는 그 침묵이 아버지와 나누었던 침묵과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아버지와의 침묵은 마치 고열처럼 차 안을 달구었지만, 어머니와의 침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있을 때의 온도 차를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P. 338 아버지 없이 보내는 시간
우리는 성탄절에 어머니와 함께 쇠르뵈보그의 외할아버지 댁에 가기로 했다.
아버지가 우리를 떠난 후 처음 맞는 성탄절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 없이 셋이서만 시간을 보낼 때는 너무나 자유롭고 편했다.
P. 387 아버지는 거짓말쟁이
P. 390 아버지의 예민함, 날카로운 성격
아버지와 재혼한 운니가 오베에게 자기한테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이 무슨 엉뚱한 소리야!!’ 아버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P. 401아버지와 따로 살아도 그다지 슬프지 않다고 윙베형한테 말하기도 함
P. 432`433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은 언제나 일반적이지 않다.
P. 437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이해 / 외적인 규범+내면적 혼란
“네 아버지는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란다.
나는 그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보다 훨씬 깊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내 눈으로 자주 보았어.
네 아버지의 문제점은 바로 그것이었어.
성장기에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지.”
“어쩌면 네 아버지는 혼란을 겪었을 수도 있어.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요구되는 외면적인 것들과 자신의 내면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네 아버지는 큰 기대와 압박감 속에서 이런 시절을 보냈단다. 엄격한 규칙과 규율속에서 자랐지.
나를 만나 후엔 내가 알게 모르게 그에게 요구했던 것이 있었을거야.
바로 그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으리라 생각해”
P. 445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하고 오베가 깨달은 내용
훗날 나는 아버지가 카나리아 제도에서 전화를 걸었던 그해 성탄절을 전후해 남긴 메모를 읽어보았다.
수첩 속에서 볼 수 있는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살고 있던 독립적인 존재였다.
바로 그 때문에 아버지의 메모를 읽는 것이 너무나 아팠다.
아버지가 내 느낌과 감정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도 살아 있는 한 생명체로서 그의 삶을 누렸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P. 315
칼오베 엄마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되어있는데 그런 칼오베가 어머니에게 하지 않은 얘기가
여자아이와 관련된 이야기,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이야기, 아버지의 삶에 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 가장 내밀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가족에게 얘기 못하는 게 안타까웠지만
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말을 하면 위로가 되는게 아니라 왜 그랬냐고 혼나기 일쑤여서 말을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술을 마시고 취하고 노래하고 기억 못함
P. 323 나는 그 상태에 도달하고 싶었다. 바로 그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술에 취해 노래를 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비틀비틀 걸어가 디스코텍이나 바를 찾고, 다시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큰 소리로 마음껏 웃는 것.
P. 324 숙취회복
숙취는 그다지 환영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서히 술기운이 사라지며 나를 되찾아가는 그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생기를 되찾았을 때의 그 느낌은 거의 승리를 거둔 자의 만족감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 344 할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100크로네를 형 몫까지 대신 전달 받아서 형 주는 것을 깜박함
이런 에피소드를 보면 그 또래의 일반적인 아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도 가끔씩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돈이 아니라 먹을 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P. 368 어머니를 통해 들은 할머니의 진심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앞으로 네가 할머니 댁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항상 그 곳에 가서 음식을 구걸하고, 단정하지 않은 옷차림에 매번 돈까지 요구한다고 하셨어.
이 구절을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할머니들 하고는 너무 달랐다.
우리 나라 할머니는 무조건적으로 손주를 예뻐하시고 못 줘서 안달인데, 잘 못해도 괜찮다고 하고
많이 먹어 비만인데도 건강하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할머니들은 우리나라 할머니들처럼
다 퍼주시는 줄 알았는데 오베 할머니는 좀 다른 면이 있어서 좀 놀랬다.
P.462, 463
자기 스스로 이중적인 삶을 산다고 함
결석, 술, 외박을 밥 먹듯이 하고
P.464 삶은 원하는 방식대로 즐기며 살고 싶어한다.
내가 결석을 그토록 자주 했던 것은 ~~ 그것만큼은 하기 싫었다.
P.493 오베가 술을 너무 많이 어머니가 화가 너무 많이 남
P.613 오베에게 욕설을 한 학생 카이로알에 대하여, 카이로알 어머니와 한 전화 대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카이로알은 ~~~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P.692 요 아버지와의 대화
P.630 어둠 예찬 반복
542p 학교는 사회민주주의 사회의 견고한 성이다.- 학교의 순기능과 역기능
학교의 순기능 : 사회화 기능 (질서, 태도, 규칙)
학교의 역기능 : 패쇄적으로 한가지 정답을 향해 달려간다.
학생의 개성과 재능이 존중되지 않는다. 많은 다양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과목별로
더 전문화된 선생님과 많은 선생님들의 배치가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선생님이 많이 계시면 좋겠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특히 많다.
학교가 학습교육이 전부가 아닌 인성과 학습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선생님의 자격도 더 신중히 부여되어야 할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면 진짜 공무원 처럼 자기 할일만 하고 가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그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 어려운 일이다. 내 자식의 마음도 모르는데 선생님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게 힘든 일이긴 하다.
350p 날씨는 신의 자비와 배려이다. - 환절기나 태풍으로 앗아가는 생명 또는 신의 섭리 속에 있는 것일까?
인간은 날씨 앞에 그저 수동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다.
가끔 인간이 너무 많은 개발로 자연을 훼손시키고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 섬도 만드는데 이런 거를 볼 때 면 충격도 받고 지구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그 벌로 태풍이나 홍수가 와서 생명을 앗아가고 모든 걸 휩쓸어가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그 땐 정말 4차 산업혁명, 로봇시대 이런 단어가 무색하게 무력해진다. 그래서 더이상 뭔가 개발하거나 발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좋으면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런 날이면 맑은 하늘과 산들거리는 바람이 너무 소중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323p 술과 음악은 거침없이 말하게 한다.- 술과 음악의 기능은?
술과 음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술을 마시면 음악이 생각나고 음악을 들으면 술이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는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술 마시는걸 상당히 좋아한다. 맥주는 한 캔, 와인은 2잔정도 마시는데 사귈때 별로 돈이 안 든다. 요즘 술집은
상당히 힙하고 멋지다. 그리고 마트나 와인가게 가서 술 진열대 앞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술을 고른다. 어떻게 보면 한두 잔밖에 못 먹기 때문에 한잔을 먹어도 맘에 드는 걸 먹자는 마음이라서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술을 고르는 거 같다.
술과 음악은 마음을 확장시킨다. 어느 정도의 술은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그리고 음악은 내가 있는 이 장소를 낭만적이게 하기도 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있어 안 마셔도 되지만 음악은 꼭 듣고 살아야 하는 거 같다. 진짜 밥 먹고 식탁에 앉아 후식으로 음악 한 곡씩만 들어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 평일에는 회사가야 하니깐 그러진 못하지만 주말 아침에 후식으로 듣는 음악은 나로부터 가장 빨리 떠나는 여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