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나의 캠핑 적응기

도라다녀 2018. 9. 14. 15:05
이글은 다음의 대표 카페인 '캠핑하는 사람들'을 다니면서 느낀 저의 캠핑 적응에 대한 내용입니다.

몇년전부터 시작된 우리 가족의 카페 캠핑모임이, 시작부터 그렇게 순조로왔던것은 아니였습니다.
외동인 아이의 사회성 발달과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시작된 캠핑은
나부터 이 노숙 비슷한 야외 생활이 적응이 잘 안되는, 2박3일간의 나와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우선, 오시는 많은 분들이 함께 밥을 지어, 다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술을 먹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격이 없이 친한 것으로 보아,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유대 관계가 형성된것으로 보였고
내가 그들의 대화 내용에 껴들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나혼자만의 생각에 사로 잡혔습니다.
거의 매달,  빼먹지 않고 캠핑 모임에 나갔지만 사교적인 성격이 못되는 저로서는
매달 '난 누구, 여긴 어디' 를 반복하는 심정으로 자아 정체성을 들판에서 찾기도 했고, 
그래서 외롭기도 했고, 심지어 어느날은 텐트에서 나홀로 밥을 먹는 사태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저보다 더 사교적인 성격이 못되는, 제 남편은 캠사 시작 두어달만에 항상 남의 텐트에서 밥을 얻어먹고,

잠잘때나 텐트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훗날 이런 적극성은 운영진을 하게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도 저는 마찬가지로 들판에서 자아를 찾아 헤매고 있을 즈음,  
많은 분들의 따뜻함 마음과  유쾌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그분들은 그 자리에 그렇게 따뜻하게 유쾌하게 계셨으나, 제가 알아보지 못한 것 이였습니다. 
제가 마음의 문을 늦게 열였다고 할까요. 그것은 다 저 하기에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월,화,수,목,금 긴장하며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치열하게 살아온 저에게
어디가서는 늘 흔히 듣는 '왜 아이가 하나냐'  '왜 운동을 하지 않느냐'  '왜 생선을 안먹냐' 등등
이러쿵 저러쿵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런 편안함이 좋았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나로 봐주셔서
그후로 이 캠핑을 오는것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 혹은 명절에  친정식구 만나러 가는 기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겨움과  설레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제가 철없는 동생이기도 하고,  수다스런 언니이기도 하고, 
밥차려 주는 형수님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겐 눈높이가 같은 이모이기도 합니다. 
이 모임의 관계속에서 첨엔 무척이나 멘붕이기도 했지만 어느날 부턴간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 듯, 
그렇게 적응해 나가고 마냥 즐겁게 2박3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어느날은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고 오기도 합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제게는 뭐하나 배울점이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가 저에게 큰 위안이며 감사한 분들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잘 적응하고 지내는 편이고,
이렇게 되기까지 남부방 가족분들의 이유없는 환대와 배려, 사랑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부방이 없어지기 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했으나, 늦은 글로 고마움을 전해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