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나의 형님

도라다녀 2018. 12. 31. 16:26
그녀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나, 그 착함이 답답해서 나를 화나게 하고,

싫다는 말을 못하나 그녀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무엇이 싫은지

무엇이 그녀를 언짢게 하는지 하는지 딱 봐도 알수 있고,

그녀의 화장기없는 푸석한 얼굴, 굽은 어깨, 자주 드러나는 맨발,

탄력없는 팔살, 좁은 이마 , 그녀의 이런 모습은

내가 이렇게 만든것도 아닌데 가끔 나를 주눅 들게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어쩔땐 신나서 속내를 다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다가도

어느날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녀

어떤 모습으로 그녀앞에 서야하는지 나를 당황케하는

그녀의 알수 없는 감정변화에 정내미가 뚝 떨어질때도 있고,

어떤날은 화가나서 나한테 속사포 랩으로 퍼붓다가

어떤날은 세상 인자한 사람처럼 나를 이해하려 들고,

가진것도 나보다 없으면서 뭘 자꾸만 소비하려는 모습이 나는 싫고 웃기고,

속 시원하게 말도 안하고 어쩌다  말하게 되면 한소리를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말해서 그냥 나는 그게 또 싫고,

당신 자식의 안부 좀 물으면, 니 자식 더 걱정된다고 하면서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되는 그 상황을 만들어 난 그게 또 싫고

차라리 말을 말아야지 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면

  내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이 또 싫고,

나랑 너무 다르게 살아왔다는 나의 편견이 편견이길 바랬으나

역시나 나랑 많이 다른 모습에 고개가 끄떡여져

그녀가 잘 모를것 같은 얘기는 꺼내지도 않거나,

나도 아예 그런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맞춰주는 내 모습이 싫고

그녀와 대화하는 내내 '나 이런 사람 아닌데'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싫기도 하고

그녀는 왜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지, 나 같으면 안 그랬다는 생각에

그냥 그녀가 밉고

그래도 좀 건강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고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이거나 구박받는 존재

(누구나 어딜가도 이런 상대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함)여도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