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이하나

도라다녀 2019. 1. 23. 11:17

 

너의 나이 22살에 너를 처음 만났지. 처음 사무실에 왔을때 소녀같은 너를 기억해.
언니들 사이를 나이키 슬리퍼를 신고 가볍게 왔다 갔다 하던 웃음 많던 소녀.
너의 싱글 시대를 기억하는 나는 니 인생의 목격자.. ㅎㅎ
그렇게 십수년째 이어진 우리의 인연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알게 모르게 나는 너를 의지하며 오늘도 사무실에 출근중이다.
   
언제나 느끼는 건 너는 나보다 어른인 것 같고
나보다 뭔가 세상물정 더 잘 아는 것 같고, 니가 언니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실제로 넌 사람들하고 참 잘 지내고,  공감도 잘 하고,  말도 잘 한다.
아직도 나는 너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느끼며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항상 미안하다.
눈치 없어서 미안하고, 눈치 보게 해서 미안하고, 언니답지 못해 미안하고
양보하게 해서 미안하고, 궃은일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고, 
네 말에 적극적인 호응 못해줘서 미안하고, 힘들때 같이 소맥 한잔 못해줘서 미안하고
먼저 인사하지 못해 미안하고, 먼저 나서지 못해 미안하고,
일도 제대로 못가르쳐줘서 미안하다. 온통 미안함 투성이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항상 고맙다
항상 도와줘서 고맙고, 먼저 다가와줘서 고맙고, 내고민을 니 고민처럼 얘기해줘서 고맙고
욕하고 싶은 사람 시원하게 욕해 줘서 고맙고, 퇴근때 기다려줘서 고맙고
아침에 가끔 프린트해줘서 고맙고, 언니라고 또 육아얘기 물어봐줘서 고맙고
시키는 일, 입 안 내밀고  말없이 잘 해줘서 고맙고, 
이 모자란 언니를 언니라고 불러줘서 고맙다, 온통 고마움 투성이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너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러기위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인데 사람이 잘 변하지 않잖아..ㅎ
그래도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이런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체가
희망적이라 생각해. 그래서 너에게도 계속 내 기운 뿜어주고 싶은데,
네가 언젠가는 느낄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니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좀 더 너 자신한테 집중하며 살았으면 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 자신의 마음의 어떤지, 그리고 그 마음 본인이 알아주는 것, 매우 중요해.
그러면 가족과 회사와의 관계도 좀 더 관조적인 자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의 문제는 그들의 것이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이치를 생각하면 그렇게 골치아픈 일도 별로 없어.
   
그동안 너무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수고스럽겠지. 힘내라는 말은 안 할께.
우리 그냥 대충 힘내고 자연스럽게 살자~ 
인생은 즐거움과 괴로움의 곡선의 연속이니까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냥 살자.
살다보면 또 막 설레는 일 생기고, 안생기면 말고 그런거지 뭐..ㅎㅎ
그러나 항상 건강은 해야하니 몸 잘 챙기고 우리 오래 오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