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나는 엄마다
도라다녀
2019. 5. 31. 13:38
내 배 아파서 내 속에서 나온 내 아이니깐 내가 잘 키워야지 |
내가 안 이뻐하면 누가 내 자식을 이쁘다고 할까 |
잘 하는것도 많은데 왜 못하는건만 보여 아이한테 자꾸 잔소리하게 될까 |
반성한다. 반성한다 |
내가 불안하게 아이를 키우면 아이 정서도 불안해진다는데 |
왜 난 자꾸 내 불안감을 아이에게 드러내면서 겁을 주는 걸까 |
진짜 못났다. 못났다 |
사실 나도 아이 키우는게 겁나고, 모든게 첨이라 서툴고 어렵다 |
미성숙한 개인이 한 아이를 키워내는일이 얼마나 버겁고 막중한 책임인지, |
그래서 무섭다. |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 싫어 나 몰라라 했던 시간을 반성한다. |
그래서 편해졌던 것도 아닌에 왜 부딪치지 않고 피하기만 했을까 |
그랬을때 내 아이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지를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럽다. |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이야. |
너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아직도 방황하고 고민하고 있다 |
너는 왜 이 부족한 엄마에게로 왔니 |
나는 어떤걸 더 채우고 노력해야 이 고민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
너를 만나는 시간이 즐겁고 유쾌해야 하는데 |
나는 왜 어렵고 두렵고 힘들다는 생각부터 하게 될까 |
이미 많은 것이 형성되고 정해졌는데 더 노력하는것은 부질없는 짓이 아닐까 |
이런 말도 안되는 한심한 생각을 하는 나는 정말 자격없는 엄마다 |
엄마라는 말도 부끄럽다. |
아무리 잘하고자 다짐해도 마음의 동요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몰아치고 |
또 나는 안 되는구나 하며 또 절망한다. |
절망의 끝에서 또 너에게 상처가 될 소리를 던지고 만다. |
나의 이런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 |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러면서도 너는 나의 추악함을 몰랐으면 한다. |
내가 비논리적이고 말도 안되는 일방적인 억지를 부릴때 |
엄마를 포기한듯한 너의 눈빛을 발견한다. |
그 눈빛에서 이제 이상적으로 꿈꾸었던 친구같은 관계는 될 수 없겠구나를 느낀다 |
너의 유일한 위안은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닌것 같다. |
너는 외로운 섬에 혼자 살고 있는 듯 하다. |
너의 섬에 들어가기란 정말 어렵구나 |
마음의 문을 도통 열지 않는 너, 차라리 사람이든 물건이든 운동이든 뭐든 좋아하는게 있어 |
거기에 푹 빠져 지냈으면 한다. |
네가 행복하지 않은거 같아, 난 어디를 가도 즐겁지가 않다. |
우리는 절대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
내가 죽을때까지 신경써야하는 존재이므로 같이 행복하고 같이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사이다. |
슬프다. |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깜냥이 안되는데 평생 짊어지고 갈 십자가를 받았으니 |
너를 얻은 순간 내 인생의 발걸음은 내내 무겁다. |
물론 행복하고 신기하고 뭉클했던 순간도 있었다 |
찰나의 기쁨이 힘든 마음의 시간을 이길수 없었나 보다. 나는 그랬다. |
이길수 없는 무게를 짊어지고 정하지 않은 길로 가고 있다. |
아니 그냥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
딱히 무엇을 하는것도 아닌데 왜 이리 힘이 드는 걸까. |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내가 한 인간을 온전히 키워낼 수 있을까 |
내게 그런 힘과 정신이 있기나 한 걸까. |
수백번 고뇌했다고 말하지 말자. 더 고민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
나는 엄마다. |
나는 내 아이를 좋게 바라보고 가능성을 열어주고 소중히 아껴줘야 한다. |
머리로는 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통감한다. |
그래도 오늘 저녁에 만나는 내 아이는 그렇게 힘겹게 대하지 말고 |
반갑게 맞아주자 |
수고했다. 잘했다, 니가 최고다. |
그래 이제라고 그렇게 해보는거야. 그렇게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