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떠난 그녀

도라다녀 2019. 9. 25. 15:10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 집을 나가게 만들었을까
집을 나간 그녀, 돌아오지 않는 그녀, 
그녀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원인이다.
그녀의 불행과 억울함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던 나는
그것을 묵인한 죄로 지금 매우 불편하고 괴롭다.
우리 모두가 그녀를 인간적으로 더 존중하고 대우해 주었으면
그녀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을까.
떠난 그녀를 사람들이 욕하고 원망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그녀를 떠나게 한  장본인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끝나지 않는 가사노동, (그것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망없는 미래, 아무리를 애를 써도 달라지지 않는 현재,
가족 혹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해 자존감은 바닥을 쳤을것이고
남과 비교 당하며 상처 받고, 의욕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혹시나 잘못된 방향으로 삶을 이끌진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녀를 위해 그 어떤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걱정하고
그냥 나 자신의 삶을 이기적으로 살았다.
좀 더 그녀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해 가슴속 깊히 미안하다.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도, 읽었으나 그녀는 답이 없다.
내가 미울까. 아니면 그런 미움조차도 읽어낼 기력이 없거나 관심 밖일까.
사람이란게 이렇게 갑자기 연을 끊을 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고
나 같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나 역시 그런 상황은 자신 없다.
모두가 힘들다고 그런 선택을 하는건 아니나,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었으면
그녀가 그렇게까지 집을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평생 그렇게 살기 싫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그녀가 의지를 가지고 좀 더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족과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녀가 들으면 개탄할만한 말이지만서도 
그랬으면 뭔가 다른 방향으로 좋게 인생이 흘러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나 그녀나 뭐 누가 더 낫다라는 상황에서 인생을 시작한 것은 아니기에
출발선은 똑같다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툭하면 말했던 '나 없이 잘 해봐' 
이말을 무시하여 흘려버린 내가 참 무심하다.
그만큼 난 그녀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농담으로 들었고
설령 진지한 얘기라 할지라도 나랑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디에 있든 건강했으면 좋겠고,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때는 단단하고 의지가 있는 모습이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