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설렁탕과 추어탕 먹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도라다녀 2019. 10. 16. 14:58

 

어느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있는 설렁탕집에 설렁탕을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설렁탕을 시키고, 숟가락 젓가락을 셋팅 하고, 김치를 덜어놓고, 설렁탕이 나오길 기다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펄펄 끓는 뚝배기에 설렁탕이 하얗게 실려 나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파를 넣고, 간을 하려고 소금통을 집어 들었다. 숟가락으로 소금을 덜다가
손에 든 소금통이 미끄러져, 소금통 안의 소금 절반 가량이 내 설렁탕 뚝배기 안으로 쏟아졌다.
헉.  잠시 멈칫하다 소금을 덜어내려 안간힘을 써 봤으나 
이미 소금이라는 고체는 뜨거운 뚝배기 안으로 쏟아져
뽀얗고 하얀 국물속에서 녹고 있었고, 자연스레 국물 맛은 너무나도 짠맛으로 변해있었다. 
숟가락으로 한수저 떠서 입에 넣자마자 , 짠맛에 너무 놀라 경기가 날 정도였다.
이대로 점심을 망칠수는 없기게 바쁜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국물을 조금 얻어
희석시켜 보았으나, 말짱 꽝이었다.
그래서, 그냥 흰밥에다 깍두기로 점심을 때우고 8000원이라는 거금을 치루고 나왔다.
이때부터 설렁탕 집에 가면 소금통을 손으로 들지 않는다.
탁자위에 소금통 뚜껑을 조심히 열어, 숟가락으로 소금을 덜어 내 뚝배기에 얹는다.
그날의 짠맛을 무섭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늘이다.
추어탕집에 추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추어탕을 시키고, 숟가락 젓가락 셋팅을 하고, 여전히 김치를 덜어놓고 
추어탕이 나오길 조금 기다리자, 맛도 있고 건강에도 너무 좋은, 구수한 추어탕이 내앞에 당도했다.
또 익숙한 손놀림으로 추어탕에 부추를 얹고, 다진 마늘을 넣고
아무렇지 않은 듯, 들깨가루 통을 열고 크게 한스푼, 두스푼 넣는다.
아..그러나 들깨가루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들깨가루가 아니라 산초였다.
맙소사!! 산초를 이렇게 많이 넣다니 !!
식당 아줌마가 이 참사를 느꼈는지 달려와서 내 추어탕 뚝배기에서 산초가루를
열심히 덜어서 빼주셨다. 
그래서 그냥 별일 아닌 듯, 휘 저어서 한스푼 먹었는데, 약간 동남아스런 맛이 나서
'음, 좀 특이하군, 나쁘지 않은데' 하면서 몇스푼 더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입안에 불쾌한 맛이 찾아왔고  어질하면서 약간 혀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
더이상 먹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더는 먹을 수 없음을 선언하고, 요구르트를 먹고 있는데 세심한 주인 아저씨의 레이다망에
내가 포착되었는지, 국물을 조금 따로 주셔서, 어찌어찌 대충 먹고 나왔다.
 
나는 이런 실수를 너무 자주하기 때문에 사실 아무렇지도 않는데
주변 지인들이 보기엔 너무 어이없는 일이라 너무 놀랜다. 미안~ 놀래게 해서 미안~
이런일은 부주의로 일어나는 일이 맞다. 나는 성급하고 조심성이 없는 스타일이다.
다행인 건, 이런 일에 내가 너무 괴로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잊어버리고 또 반복하고 재밌있어하기 까지 한다.
산초가루를 왕창 넣었다고 점심을 망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추어탕에 실수로 산초가루를 넣었을 때는 이걸 글로 쓰면 어떨까 하는 글감이 떠올라
살짝 신도 났었다. 의도하지 않은 작은 실수, 그것이 반복되면서 잔잔한 재미가 된다.
그리고 완벽하게 간을 했을때, 행복감이 찾아온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그것이 내게는 아닐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