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있는 설렁탕집에 설렁탕을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
설렁탕을 시키고, 숟가락 젓가락을 셋팅 하고, 김치를 덜어놓고, 설렁탕이 나오길 기다렸다. |
언제나 그렇듯이 펄펄 끓는 뚝배기에 설렁탕이 하얗게 실려 나왔다. |
익숙한 손놀림으로 파를 넣고, 간을 하려고 소금통을 집어 들었다. 숟가락으로 소금을 덜다가 |
손에 든 소금통이 미끄러져, 소금통 안의 소금 절반 가량이 내 설렁탕 뚝배기 안으로 쏟아졌다. |
헉. 잠시 멈칫하다 소금을 덜어내려 안간힘을 써 봤으나 |
이미 소금이라는 고체는 뜨거운 뚝배기 안으로 쏟아져 |
뽀얗고 하얀 국물속에서 녹고 있었고, 자연스레 국물 맛은 너무나도 짠맛으로 변해있었다. |
숟가락으로 한수저 떠서 입에 넣자마자 , 짠맛에 너무 놀라 경기가 날 정도였다. |
이대로 점심을 망칠수는 없기게 바쁜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국물을 조금 얻어 |
희석시켜 보았으나, 말짱 꽝이었다. |
그래서, 그냥 흰밥에다 깍두기로 점심을 때우고 8000원이라는 거금을 치루고 나왔다. |
이때부터 설렁탕 집에 가면 소금통을 손으로 들지 않는다. |
탁자위에 소금통 뚜껑을 조심히 열어, 숟가락으로 소금을 덜어 내 뚝배기에 얹는다. |
그날의 짠맛을 무섭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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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오늘이다. |
추어탕집에 추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
추어탕을 시키고, 숟가락 젓가락 셋팅을 하고, 여전히 김치를 덜어놓고 |
추어탕이 나오길 조금 기다리자, 맛도 있고 건강에도 너무 좋은, 구수한 추어탕이 내앞에 당도했다. |
또 익숙한 손놀림으로 추어탕에 부추를 얹고, 다진 마늘을 넣고 |
아무렇지 않은 듯, 들깨가루 통을 열고 크게 한스푼, 두스푼 넣는다. |
아..그러나 들깨가루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들깨가루가 아니라 산초였다. |
맙소사!! 산초를 이렇게 많이 넣다니 !! |
식당 아줌마가 이 참사를 느꼈는지 달려와서 내 추어탕 뚝배기에서 산초가루를 |
열심히 덜어서 빼주셨다. |
그래서 그냥 별일 아닌 듯, 휘 저어서 한스푼 먹었는데, 약간 동남아스런 맛이 나서 |
'음, 좀 특이하군, 나쁘지 않은데' 하면서 몇스푼 더 먹었다. |
그런데, 갑자기 입안에 불쾌한 맛이 찾아왔고 어질하면서 약간 혀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 |
더이상 먹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그래서 더는 먹을 수 없음을 선언하고, 요구르트를 먹고 있는데 세심한 주인 아저씨의 레이다망에 |
내가 포착되었는지, 국물을 조금 따로 주셔서, 어찌어찌 대충 먹고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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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실수를 너무 자주하기 때문에 사실 아무렇지도 않는데 |
주변 지인들이 보기엔 너무 어이없는 일이라 너무 놀랜다. 미안~ 놀래게 해서 미안~ |
이런일은 부주의로 일어나는 일이 맞다. 나는 성급하고 조심성이 없는 스타일이다. |
다행인 건, 이런 일에 내가 너무 괴로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냥 잊어버리고 또 반복하고 재밌있어하기 까지 한다. |
산초가루를 왕창 넣었다고 점심을 망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추어탕에 실수로 산초가루를 넣었을 때는 이걸 글로 쓰면 어떨까 하는 글감이 떠올라 |
살짝 신도 났었다. 의도하지 않은 작은 실수, 그것이 반복되면서 잔잔한 재미가 된다. |
그리고 완벽하게 간을 했을때, 행복감이 찾아온다. |
누구에게는 당연한 그것이 내게는 아닐수 있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