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미용실에서
도라다녀
2020. 4. 17. 11:32
일년에 한 두번 정도 머리를 자르고 퍼머를 하러 미용실을 간다. |
거울 앞에 앉아 온전히 나를 몇시간 동안 들여다 보는 시간, |
그 시간이 가끔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
늙어서 피부에 탄력이 하나도 없고 주름지고 생기없는 내 얼굴이 보기 싫어서이다. |
미용실 갈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벌을 받는 기분이다. |
예뻐질려고 머리도 하러 갔는데, 그 모습이 보기 싫다니 이런 모순이 없다. |
뭘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냐 싶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울을 보면서 |
거울, 너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렇게 자신을 보여주겠지. |
그들이 부자이든 박사이든 간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주는 거겠지. |
그래서 미용실에 갈 때는 콘택트렌즈도 끼고, 예쁘게 화장도 공들여서 하고 간다. |
그럼 또 안경끼지 않은 내 모습이 어색해 거울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 |
거울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진정으로 내가 맞는가. |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딴 곳으로 멍하니 시선을 돌린다. |
그리고는 이내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한다. |
그러다보면 졸리기도 하고 이 시간들이 그런대로 훅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
나는 나인데 나 자신을 너무나도 모른다. |
나는 나 자신과 친하지 않다. |
미용실에 앉아 있는 내 모습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외면하고 |
남 보듯이 하다니 문득 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 이리 힘든 일이였던가 |
내면을 쌓고자 책도 많이 읽었는데 거울 앞에서는 소용이 없는 것인가 |
거울 앞에서 편안하지 않은 나를 보며 |
앞으로는 거울을 더 자주 안 보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늙어감으로 인해 나와 멀어지는 것은 참으로 자연스럽구나. |
그런 나의 모습은 가족이, 회사 동료가, 다른 타인들이 매일 매일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
나의 모습을 사랑할 순 없지만 자연스레 늙어감을 애써 외면하지는 말자. |
애써 밝은 표정 짓지도 말자. |
그냥 생긴대로 살고, 세월따라 흘러간 내 얼굴과 친해지게 가끔 거울도 보자. |
그리고 나에게 인사도 건네보자 |
' 안녕? 우리 친하게 지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