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내 친구 김선희

도라다녀 2021. 3. 9. 14:50
내친구 김선희.
고등학교 3학년때 내짝궁 김선희,
당시 고3의 3월 한달은 이름 가나다순으로 자리를 앉았는데, 나는 2번, 김선희가 3번이여서 우린 짝궁이 되었다.
가나다순이면 강씨, 고씨, 구씨 같은 성이  젤 앞이였고,  김씨는 그 다음번 순서가 되었다.
다행히 강씨가 한 명 있어 걔가 1번이고 내가 2번이 되고, 김선희가 3번이 된 것이다.
워낙 아이들이 많이 태어난 때에 학교생활을 했기에
1번, 2번, 3번이 나란히 앉는 구조로, 이 덩치에 나는 가운데 낑겨 수업을 들어야했다.
지금 생각하면 강씨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시킬때 고약하게도 1번은 자주 희생양이 되곤 했으니깐.

김선희와는 현재 30년째 우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한번 무슨일인지 연락이 두절되어 영원히 다시는 못 만날 뻔 했다.
김선희가 결혼하고 나서였던가. 내가 선희네 집들이까지는 갔었고
연락이 끊긴 건 내가 결혼하기 몇해 전 이였던것 같다.
갑자기 내 전화기에서 김선희 번호가 없어졌다.
김선희는 항상 단독으로 만났던 사이였기 때문에 그 누구한테도 연락처를 물어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진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던 어느날,
내친구 김선희를 찾아야 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당시 희미하게 남아있던 싸이월드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김선희를 미친듯이 검색했다.
내 인생에 김선희 없이는 완벽할 수 없어. 이런 마음으로 !
그러나 김선희의 김씨는 너무 흔했고, 선희 또한 너무 흔하고 평범한 이름이었다. 싸이월드에 수백명의 김선희가 나왔다.
이건 뭐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격이라, 사이트에서 김선희 라는 이름으로 찾는 걸 포기했다.
그러면 남편 이름으로 찾아 보자는 심정으로 기억을 더듬어 남편 성이 '차'씨 인것을 생각해냈고
남편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를 쓰고 애를 쓴 나머지, 
신기하게도 '차O호'라는 이름이 내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 '차O호'라는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나왔다, 나왔어~ 차O호 미니홈피가 내 앞에 똭 나타나 주셨다.
역시 '차'씨란 성은 유니크해~ ㅋㅋ 기특한 내 머리를 쓰담쓰담하며
찾은 '차O호 미니홈피'가 내친구 김선희 남편의 홈피인줄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짜고짜 방문란에 멘트를 썼다.
' 저 김선희 친구 김OO인데요, 선희하고 연락하고 싶어요. 전화번호는 000-0000-0000
선희한테 꼭 좀 연락해달라고 부탁드려요' 이렇게 남겼던 것 같다.
진짜 이 사이트 만드신 현대 문명에 살고 계신 관계자님께 경의를 표한다.
그러고 얼마 안있다가 진짜로 내 친구 김선희 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게 무슨 이산가족 상봉이냐. 진짜.
우린 아마 헤어진지 십여년만에 다시 만났나. 아마 그럴 것이다.
이때 만난 이후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내 친구지만 내 친구중에 제일 언니같은 친구.
사실 내친구 김선희는 나보다 2살이나 많다. ㅋ
나는 빠른 년생이고, 김선희는 아퍼서 1년을 쉬었다 했나. 암튼 그렇게 1년 꿇어서
합이 2년 차이가 나는데, 그런것은 뭐 중요하지 않고, 나는 내친구 김선희가 너무 좋다.
나는 그녀의 작은 키에 명랑한 발걸음이 좋고, 약간 허스키하면서 우아한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
어떤일이든 나보다 보는 시야가 넓어 그녀가 조언해주는 말은 현명하고 실리적이여서 좋다.
밝은 성격에 무한 긍정 에너지가 느껴져, 같이 있으면 내게도 밝은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여서 좋다.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내친구 김선희이다.
하지만 그녀가 너무 밝다보니 가끔은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나는 그녀의 그런 해맑은 모습도 사랑한다.
그런데 이런 밝은 김선희가 삐닥선을 타면 한없이 삐닥해지는데
그럴땐 좀 못생겨지며, 세상 시크하게 가지고 있던 자격지심이 막 튀어나오며,
투덜이 스머프마냥 투덜거리는 모습도 귀엽다.

나랑 김선희가 지금까지 한번도 안 싸우고 이렇게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글쎄,
아마도 둘다 본인들의 의견을 심하게 서로에게 관철시키지 않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좀 비슷하며, 웃음 코드가 맞나고나 할까.
둘다 눈치가 진짜 없으며, 단순하며, 오래 생각 안 한다고나 할까.
내 생각이라서 막 썼는데 내가 모르는 세월동안 김선희가 변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 둘은 안다. 우리 둘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서로 얼마나 좋아하는지 ㅋㅋ
그 예로, 김선희랑 나는 키 차이가 10CM이상 차이가 나는데, (선희야. 미안 ~)
나는 김선희를 만나러 나갈 때 선희의 작은 키를 조금이라도 맞춰볼라고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중에서 가장 낮은 단화나 운동화를 신고 나가며,
나의 세심한 배려..ㅋㅋ
그리고 김선희는 나를 만날때 그와 반대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신발중에서
가장 높은 신발을 신고 나온다.
그것만 봐도 서로 얼마나 배려하고 조금이라도 비슷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배려, 존중, 다정함이 있어야
기분좋게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다.
세월에 우리가 좀 아프고 많이 닳더라고 항상 마음은 천진난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생각하며 소식 전하며 재미나게 살아가길 김선희 너도 나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