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버리기

도라다녀 2021. 3. 25. 17:25

많은 것을 버렸다.

몇 년 동안 안 입은 옷, 잘 입었지만 이제 더 이상 설레지 않는 옷들,

이미 읽고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생각한 책들, 팔 수 있는 건 팔고, 그리고 버리고,

냄비, 그릇, 기타 살림살이, 몇 주째 내다 버리고 있는데, 표도 안 난다.

매일 매일 버릴 물건을 찾고 있다.

그런데도 물건이 티 나게 줄지 않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가 찔끔찔끔 조금씩 하지 말고

하루에 몽땅 몰아서 한번에 하라고 했는데, 하루를 통으로 쓸 만큼 도통 여유가

생겨나지 않는다.

곤도 마리에가 말한 대로 모든 물건을 끄집어 내어 안 버릴 물건만 집어 내야 하는가?

나도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은 더 바쁘고,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으므로,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정리가 되겠지.

그래서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나의 체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하고 있는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작은 목표가 있다면 거실과 부엌에 진짜 필요한 것만 놓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

냉장고, 책꽂이, 선반 위에 물건을 올려 놓지 않는 것,

웬만한 건 다 수납장에 넣는 것, 그러기 위해선 수납장에도 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것,

가족이 총 3명인데,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하며 정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물건 아닌 것을 버릴 때 가족의 의사를 물어야 하는데, 그것도 시간이 드는 일이라

사실 몰래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찾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물건은 버리는 물건이 맞다.

언젠가 찾으면 다시 사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버리고 있다.

 

그래도 요즘 살짝 여유가 있는 옷장을 보면 숨통이 트인다.

더 큰 바램이 있다면 베란다의 캠핑짐을 정리해서 홈카페를 만드는 야무진 큰 꿈을 꾸고 있다.

이건 내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버리면서 나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는 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물욕이 없는 사람인 게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