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지난주 금요일, 도서관 주관으로 독립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6명의 신청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왔고, 모두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임했다.
첫 날은 도서관 담당자 분이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작가님을 소개시켜 주고
이어서 작가님의 주도하에 수업이 진행되었다.
16명이 돌아가며 이 곳을 찾게 된 동기 및 자기소개를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이어 나갔다.
수업 듣는 내내 이런 곳에 와서 이런 경험을 하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발표하는 시간에는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뭔가 불편한 착석 자세에
허리가 너무 아프기도 하고, 수강자 분들이 너무 수준 있게 말씀들을 잘하셔서
나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첫 수업에서 작가님은 ‘모닝페이퍼’라고 아침에 일어나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써보는 경험을 가져보라고 하셨다.
난 평일에는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깐 힘들고
토, 일요일 아침에 잠깐이나마 해보았는데
사실 주말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많은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
펜을 들고 종이에 뭔가 적으려고 하니깐 별로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래도 주말이라도 모닝페이퍼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단어를 하나씩 주고, 그것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 이것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주제를 잊어버리고
내 맘대로 재미나게 설명하려고 멋을 부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 단어를 맞추는 자가 있었으니 그녀에게 너무 고마웠으나,
이 시간 때문에 지금도 이 발표를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작가님이 내게 피드백을 주셨으니 얼마나 소중한 지적인가.
그리고, 단어 6개를 가지고 짤막한 글을 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단어 6개가 크게 연관성이 없으나 16명의 글은 다 다르고 다른 내용이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재미나게 수업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학교 다니는 기분으로 작가님을 선생님 삼아
많이 경험하고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시간 전까지 숙제가 있다.
다음 시간까지 모닝페이퍼를 써보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감명 깊었거나 좋았던 소설, 에세이를
하나씩 가져와 발표하고 맘에 드는 단락을 이야기 해보는 시간,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나로서는 사실 숙제가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사실 주말도 바쁘다. 하지만 다들 바쁜 건 매 한가지니깐 얼마나 이 수업에
내가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가가 문제인 것 같다.
지금도 이 숙제를 위해 책 선정을 어제까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래서 진짜 내가 재미나게 읽었던 책을 솔직하게 골라서
다시 읽는 중이다.
시간이 없어 사실 만만한 에세이 집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성의 없고 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는 결과일 것 같아 넣어두었다.
작가님 수업에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없어야 겠다.
사실 이것 때문에 글쓰기 수업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1분 1초정도 고민했다.
짧게 고민했던 이유는 글쓰기 수업에 대한 답이 이미 정해져 있고
이 고민은 참으로 즐거운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참 행운이며 축복이다.
처음 가져보는 이런 진기하고 소중한 경험이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열심히 해서 어제보다 글을 잘 쓰는 내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