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처음하는 눈썹 문신

도라다녀 2021. 5. 7. 15:04

생애 최초 눈썹 문신을 하러 뷰티샵에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오로지 카톡 메시지로 예약을 하고 안내를 받고

예약금을 송금하고 당일날 방문하는데 뭔가 실체가 없는 느낌이랄까.

안내문자에는 코로나 때문에 일찍 와도 안 되고, 뒤에도 예약이 있으므로

늦게 와도 안 되고 꼭 정시에 방문하라고 한다.

노쇼 예방을 위해 예약금을 받고 있으며 이 금액은 환불처리가 안 된다고 한다.

다 알겠는데 이 인간미 떨어지는 문자에도 불구하고 시키는 대로 정시방문을 했다.

 

뷰티샵의 위치는 고급 주상 복합건물 안에 위치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데스크에 젊은 여성분이 앉아 계셨고,

가게 규모로 봐서 혼자서 운영하는 샵인 듯 했다.

그렇다면 이 분이 원장님일 텐데..

그런데 원장님은 손님인 내게 인사도 안 하시고 오히려 내가 수줍게

‘안녕하세요’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문앞에 실내화가 있길래 멈칫했는데 안내도 없으셔서 내가 ‘이걸로 갈아 신으면 될까요’

하면서 이렇게 셀프로 입을 털고 입성을 하게 되었다.

 

이름을 말하고 간단한 신상명세를 어떤 종이에 적고 시술실로 들어갔다.

드디어 원장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뭐 원하는 디자인 있으세요 ?’

그래서 내가 샘플이 있으면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샘플을 봐도 잘 모르세요. 일단 디자인하면서 설명드릴께요. 일단 여기 누워보세요’ 하신다.

아니, 그럼 원하는 디자인 어쩌구는 왜 물어보는거야.

그래, 나 샘플 봐도 잘 몰라, 그래도 모양은 어딘가에 그려져 있는 거 아닌가.

뭔가 무시당한 느낌에 당황하며 기분이 다운되면서, 잘 몰라서 주눅드는 기분으로

시키는 대로 침대에 누웠다.

 

원장님은 칼로 내 눈썹을 슥슥 정리하는 듯 했고 눈썹에 뭔가를 붙이셨다.

그러고는 15분동안 이러고 있으라며 시술실을 나갔다.

나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몇 곡을 들으며 얌전히 누워 있었다.

15분뒤 원장님 다시 오셨고 드디어 내 눈썹에 디자인을 했다.

원장님은 디자인을 끝내고 내게 거울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었다.

진짜 첨 하는 거라 잘 모르겠더라. 아까 원장님이 나를 주눅들게 했던 그 말이

이제야 좀 이해가 가긴 했다.

그래도 내용은 맞지만 말의 뉘앙스를 좀 달리 말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사람 얼굴형에 따라 또는 눈썹모양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으니깐

일단 제가 디자인해보고 말씀드릴께요’

 

나는 디자인 하신 대로 해달라고 말하고는 다시 누웠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문신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내가 문신이 처음이라고 말했는데 원장님이 대꾸를 안 하신다.

오히려 원장님보다 내가 더 친절한 느낌이다.

내가 친절하게 묻고 원장님이 시크하게 대답한다.

뭔가 바뀐 느낌이다. 내가 을이 된 기분.

꼭 소비자가 갑이 되어야 하는 법은 없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구조상

뭔가 돈을 내고 소비하는 자가 갑인 것 맞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갑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기대하는 어떤 친절함이 없어서

살짝 불쾌함이 올라오려고 했다.

 

문신은 하이라이트를 향해 색칠해지고 나는 나른한 듯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자려고 하면 살짝 따끔함이 오고, 뭔가 이완됐다 싶으면 쓰라림이 전해왔다.

문신은 이런 것인가. 나른함과 따끔함과의 밀당.

문신의 마무리가 다 되어 갈 때쯤에는 나는 원장님의 상냥한 말투나 친절한 부연 설명 듣기를 포기했다.

 

왜 예뻐지려고 가는 곳에 매번 이번 자포자기 심정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 시간이 빨리 끝나 눈썹 안 그리는 아침에 대한 작은 기대만 가져본다.

문신이 끝나고 원장님이 더 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내가 뭘 아나, 그냥 나는 리터치에 대한 부분만 물어보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카드를 내미니 카드는 만원을 더 내야한대서 귀찮아서 그냥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누군가는 본인의 일이 매일 하는 일이라 지겹고 짜증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처음이라 설레는 기대가 있다.

설렘을 같이 공유해주면 자신이 하는 일이 참으로 멋지다는 걸 알게 될 텐데,

타인의 설레는 기대를 내가 충족시켜주는 거니깐 말이다.

 

이 둘이 공급자와 수요자로 만날 때,

지겨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상충할 때,

그냥 좀 슬픈 것 같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설렘을 가질 수 있고, 그 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인데

그냥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고 바래는 마음이 안타깝다.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겐 너무 익숙한 내 일인데, 거래처 신입사원이나 부서이동으로 실무를 모르는

담당자들을 나도 모르게 무시하거나 불친절한 설명으로 깔아뭉개지는 않았나.

아마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의 태도를 반성한다.

내가 그들에게 친절하게 성심을 다하는 게 곧 나의 위치를 더 견고히 하고

소중하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