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머리 땋는 여자

도라다녀 2021. 9. 10. 17:02

우리 사무실 동료 중 유일하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가 있다. 

이 언니는 이 직장에 거의 십 년 이상 나랑 일해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 정도는 안다. 내가 느끼는 이 언니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독특하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한가지 부분만 얘기할 작정이다. 바로 머리스타일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씩 꼭 머리를 땋고 온다. 

머리 기장이 땋을 수 있을 정도로 어깨를 넘는데, 한 번은 양 갈래로 발랄하게 따고 오고,

어느 날은 지리산 청학동 아이들처럼 하나로 따고 온다.

또 어떤 날은 디스코로 따오고, 어느 날은 굉장히 기분이 업 되었는지 머리를 높게 하나로 묶고

그 아래로 땋아서 마무리를 한 적도 있다. 첨엔 이 기이한 땋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나이가 몇 살인데 머리를 땋고 오냐는 생각밖에 안 났다.

머리를 땋을 수 있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인양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떤 날은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창피할 정도였다.

자주 가는 식당에 가면 가끔 써빙하시는 아주머니가 이 언니를 보고 ‘머리 땋았네’ 하며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럴 때면 왜 같이 있는 내가 창피한 건지 어디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분명 무난하고 자연스런 머리스타일이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땋고 오는지 진짜 이해할 수 없었다.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한가롭게 한 올 한 올 머리를 땋을 수 있다니,

아. 내 시간도 아닌데 여기까지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

언니가 뭔가 튀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상당히 꺼려하는 성격인데 헤어스타일은 그렇지 않다는 게 너무 모순이다.

아무튼 난 오랫동안 이것 때문에 이 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싫었다.

그 후로 세월이 흘러도 이 언니의 머리 땋음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내 마음이 이것에 대해 많이 편해졌다.

내가 이 언니를 이해해서 편해진 게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조금 이해해서 편해졌다.

머리를 땋은 것은 내가 아니고 남이다.

내 머리도 아닌데 왜 내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자기 머리를 본인 마음대로 스타일 내서 만든 건데 그것이 내가 싫다고

마음 불편할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가 땋은 머리를 한 것도 아닌데 같이 있는 내가 왜 창피해, 너는 너, 나는 나로서 구분이 되는데,

그리고 개인의 취향으로 생각하면 되지 그게 그렇게 어렵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어떤 타인도 내가 하는 스타일이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말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결론은 ‘그럴 수 있고,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종착역에 닿았다.

다시 보니 그 머리가 언니에게 찰떡궁합으로 너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이것은 진심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알게 된 진실이 있는데 내가 그 언니의 머리 땋음을 이해하기까지

내가 그 언니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참으로 많은 것이 싫었다.

내 마음에 싫은 감정이 가득했기 때문에 머리 스타일까지 싫었던 것이다.

이제는 언니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 이해하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동안 못 봤던 좋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참으로 미안하기도 하다.

그 동안 많은 오해 속에서 괜히 내 마음만 고생하고 차가운 시선과 말투로 상대를 힘들게 했다.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구나.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너무 늦게 알게 된 좋은 점들,

계속 긍정의 시선으로 타인을 보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