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피하고 싶은 그 이름, 김미영

도라다녀 2021. 10. 7. 17:55

김미영 ! 올해의 가장 듣기 싫고, 제일 피하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바로 김미영이란 이름이다.

나는 올해 김미영 이란 사람을 꺼려하게 되었고, 되도록이면 멀리하고 싶고, 모르고 싶다.

 

김미영은 바로 아이 담임 선생님 이름이다. 담임한테 연락이 온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며

거의 대부분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 오는 것 때문에 반가울

리가 없다. 전화기에 김미영 이라고 뜰 때마다 보이스 피싱 전화처럼 받기 싫어서 미칠 지경이다.

마치 저승사자가 손을 뻗는 듯, 전화가 오면 나의 낯빛은 어두워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광대며

어지럽기까지 하다. 매일 연달아 연락이 올 때는 119 구급차를 대기 시켜놓고 전화를 받아야 할

정도로 통화하다가 쓰러질 것만 같다.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 역동적인 울림에 마지 못

무거운 전화기를 든다. ‘ 네~ 안녕하세요 ? 선생님 ’ 으로 시작하는 나의 낭랑하고 다소 긴장된

소리, 그러다가 점점 ‘아, 네, 네..아. 그랬군요. 어머나, 네..아..’ 하며 점점 감탄사와 탄식으로

해간다. 내가 있지도 않은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 그리고 그 일들에 대한 알림과 책임, 이런 것들

너무 부담되고 무섭다. 그래서 담임이 이번에는 또 어떤 무섭고 가슴 아픈 말을 내게 전할까 하는

생각에 전화기에 김미영 이름만 뜨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이런 전화에 너무 놀래거나 힘들어 하지 않기 위해 마음 컨트롤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화는 아이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올 것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가 하루 아침에 달라질 리는 만무하니 조금씩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전화 오는 횟수가

좀 줄면 다행이다 라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내 아이니 엄마인 내게 전화 오는 게 당연하며 제대로 못 키운 것을 이제라도 깨달으며 잘 키워야 한다.

그래도 너무 가혹하다 느낄 땐 오은영 선생님이 말했듯이 그냥 매일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잠잘 때

‘그래, 난 오늘도 할 일을 다했어’ 라며 생각하기로 했다.

멀리 보지 말고 그냥 하루의 사소한 책임을 다 하는 것, 그래야 큰 부담을 작게 느끼게 될 것 같다.

종교도 없는데 어딘가를 향해 매일 기도하게 되는 게 자식 키우는 일인 것 같다.

이십 대만 해도 내 인생의 방향과 집중도가 이렇게 자식 쪽으로 치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제 자식은 내 인생의 최대의 복병이며 반전이다.

이 복병이 즐거움 이길 바라고 이 반전이 행복 이길 바란다.

제발 긍정과 선 순환으로 가길 바라며 또 바란다.

그리고 김미영이란 이름이 올해의 너무 싫은 이름에서 조금씩은 반가운 느낌으로 바뀌어 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