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

덕질

연예인을 좋아하고 그런 일들이 언제였는지,
중,고등학교때 미친듯이 가수 변집섭, 김현철, 부활, 시나위 좋아하고
레코드판 사고 콘서트 가서 소리 지르고 그게 전부였는데,
그 후론 가끔씩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나오면 그냥 호감이 가는 정도로
홀로 작품을 찾아보거나 아님 음악을 듣거나 하는 정도로만 하고
적극적인 팬 활동을 해 본적이 없는데,
그리고 특히나 남들 다 좋아해봤다는 아이돌을 미친듯이 좋아해 본적도 없다.
그런데 내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우연히 본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게 된 아이돌 연습생  K,
그냥 TV프로그램이 끝나면 잊혀지고 잊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생각나서 매일 영상을 찾아보고 트윗터를 열어보고
팬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남기면서 K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
내가 한번도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내가 K를 좋아하는 방식은 
그냥 카페 가입하고 운영진 분들이 올려주는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그리워하는 타입으로서 팬 인원수에만 기여만 하는 정도였는데
팬카페 운영진분들이 팬들의 기금을 모아서 미국 타임스퀘어와 KOEX 전광판에
K 영상을 띄운다고 한다.
첨에 느낀바는 요즘 팬들은 이렇게 돈도 좀 있어야 좋아할 수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고
요즘 아줌마팬들이 그렇게 돈으로 덕질을 한다더니 이게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는 팬들이 돈을 걷어 지하철 이런 곳에 아이돌 사진을 전시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돈을 내면서 까지 팬카페 활동을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그리고 그 책정한 오만원이라는 돈이 내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으므로,
오만원이면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2판정도 사줄수 있는데, 이런 환산가치부터 시작해
내 오만원으로 K가 데뷔하는 것이 말이 안되고 무엇을 할 수 있으랴하는 생각만 들었다.
돈을 걷어 전광판을 단들 K를 데뷔시켜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랴 생각했던것이다.
그러면서 돈을 안 낸, 내 입장에서 팬카페에 들어가서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점점 꺼려졌다.
나는 순수한 팬인데 뭐 어때, 이러다가도 괜히 운영진 눈치가 보이고
돈을 안 내면 팬이 아닌건가. 이런 자괴감도 들면서 기분이 안 좋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그냥 오만원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확 송금해버렸다.
오만원을 아끼면 웬지 내가 맘껏 팬카페 활동을 할 수 없을거 같아서.
당당하게 이 팬카페를 드나들기 위해서는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와우, 내가 이 지경에 이르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고 나 다운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 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딘가에 휩쓸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과연 그게 맞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나를 규정하며 살 필요는 없다고, 그냥 생각한대로 느끼는대로 맘가는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나 자신에게 반문하며 이런 나를 합리화 시켜본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나의 의지이며 무엇보다 나는 지금 이 덕질하는 순간이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
이런 것이야말로 내가 적극적으로 삶의 행복을 찾아 나가는 길과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이 덕질의 마침표가 올 거라는 것을 안다.
그 전까지 우연히 내가 찾은 이 행복에 적극적으로 발 담그며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싶다.

'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케이,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0) 2020.11.10
케이, 너를 기다리는 시간의 의미  (0) 2020.11.10
꼭 돌아와야 해! 약속했어  (0) 2020.09.23
응원  (0) 2020.09.14
케이  (0) 202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