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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붕대감기- 윤이형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글을 읽고 감상평을 적는 일이 참으로 난감하다.

왜냐하면, 주제에 맞지 않는 나의 일화가 자꾸만 떠올라서 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 교련시간이라는 것이 있었다.

남녀 공학이라 남자아이들은 교련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 가짜 총을 들고

단체 군무 같은 것을 하고, 여자 아이들은 전쟁이 났을 때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한

간호 기술인지 뭔지 교실에서 붕대감기를 배웠었다.

당시 내 짝은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김태희라는 친구인데 서로 머리에 붕대를 감아주며

교련 시간을 보냈다. 교련선생님이 나에게 아주 잘 감았다며 모델 김태희를 교탁 앞으로

불러다가 모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뜬금없는 손재주를 보인 나 자신에게

놀라는 순간이었다. 사실 내가 손재주가 있기도 하지만 김태희 머리가 동글동글해서

붕대감기가 수월했던 것이지 붕대감기에 특별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는 왜 이런 걸 하지, 라는 생각도 못하고 선배들도 해왔으니깐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제도에 수동적으로 부응하며 살았던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그랬듯이 주입식 교육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고

무조건 대학만 가고 본다는 심정으로 꽃다운 십대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십대 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행동을 제대로 해 본적이 없다.

늘 감정이나 행동이 억압되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고 하고 싶은 행동은 자꾸만 나를 말렸다.

지금의 생각으로 그 시절을 다시 산다면 십대의 완벽한 사계절을 다 즐길 수 있을까.

오히려 난 십대가 지난 지금의 나이에 더 밝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이 마음에는 십대부터 사십 대까지의 모든 심정이 포함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후감을 쓰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의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네.

붕대감기에서 나오는 다른 시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