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아메리카노를 테크아웃한다.
뉴욕커처럼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사무실로 들어와 책상에 커피를 내려 놓고
가방은 수납장에 넣고, 의자 방석에 온도를 올리고, 이메일을 켜고 모니터 화면을 훑는다.
그리고 듣던 라디오를 종료하고 귀에서 에어팟을 빼고 케이스에 넣는다.
그런데 어제 에어팟을 빼서 케이스에 넣다가 손이 얼었는지 놓치는 바람에
왼쪽 오른쪽 에어팟이랑 케이스까지 바닥에 나 뒹구는 일이 생겼다.
왼쪽 에어팟과 케이스는 찾았는데 도무지 오른쪽 에어팟을 찾을 수가 없었다.
책상 밑과 옷장 밑을 봐도 없었다. 바로 뒤에 앉은 언니가 같이 찾아봐 주었는데 허탕이었다.
이런 행동을 보고 있던 건너편 동생들이 달려와 무슨 일 이냐며 같이 찾아봐 주었다.
30cm자와 기타 비슷한 긴 도구들을 가져와 휴대폰 조명을 비추며
책상 밑과 수납장 밑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뒤졌는데 먼지만 나올 뿐 어디에도 없었다.
아, 에어팟 한쪽은 영영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일까?
가끔 이유 없이 없어지는 물건들이 사차원의 세계로 간다고 살짝 믿는 나는 아무래도
내 에어팟이 그 길을 떠난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마음이 좀 따뜻해지는 걸 느꼈는데
동료들이 본인 일처럼 너무 열심히 찾아서 살짝 감동이었다.
다들 스커트를 입었었는데 불편함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구부려 바닥 밑을 살피고 훑으면서
나보다도 더 열심히 인 것이다. 바닥을 봐야 했으므로 무릎이 땅에 닿았는데,
바닥에 절을 하는 모양새가 되어 ‘뭘 또 이렇게까지 찾아주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가 봐도 너무 진심인 게 느껴져 ‘이 사람들 진짜 좋은 사람들이다’ 라고 생각했다.
문득 나는 타인이 뭔가 잃어버렸을 때 내가 이렇게 땅에 무릎을 꿇을 정도로 열성인 적이 있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한 동생이 ‘언니 수납장에 있나 한번 봐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가방을 넣은 수납장을 열었는데 애꿏게 에어팟 하나가 거기 떡 하니 약 올리듯 새초롬히 있었다.
애는 왜 바닥으로 안가고 수납장으로 들어갔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발견된 에어팟과 함께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에어팟 찾기에 진심인 동료들의 적극적인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 에어팟 사건으로 느낀 점은 ‘난 혼자가 아냐’ 그리고
그 동료들도 ‘결코 혼자이게 내버려 두지 않겠어’ 이다.
YOU ARE NOT 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