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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돌아와도 돼

 

그녀가 어느 정도 내 인생에 우울함을 끼얹은 건 맞다.
그녀의 가출로 인해 보이지 않게 내 어깨가 무거워졌으며
부담감이란 먹구름이 서서히 나에게로 오고 있는 느낌이다.
그녀에게 어떤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란게 참 간사하게시리
없으니깐 그녀의 역할이 참으로 여기저기 거대하게 배치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떠난자는 명쾌하게 쿨한자가 되었고, 남은자는 어리석게도 울상짓는 모습이 되었다.
그녀는 이 통쾌함을 언제까지 즐길수 있을까.
지금쯤 떠난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안 돌아온 것을 보면 그녀는 영영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 떠남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면 그녀의 터전은 여기 이곳이니깐.
그런데 그건 어쩌면 나의 바램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돌아와야 내가 좀 덜 부담스럽고 심신적으로 편해질테니깐.
그녀가 없어서 내가 지금 뭘 더 하는건 아니지만서도
사람이 있고 없고 차이가 마음의 짐을 만드는 것 같다.
나만이 느끼는 이 부담을 그 누구와도 공유할 길이 없다.
이 입장은 그녀와 나일때만 공감 가능했던 것이므로
그녀가 없는 지금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었다.
까놓고 말하면 내편이였던 것이다. 같은편이였던거지.
아. 그냥 '돌아와도 돼' 라고 말할 자격이 나는 없어,
그녀의 인생에 내가 뭐라고 주제넘는 말을 하나.
그럼, 그냥 '편하게 쉴만큼 쉬다가 돌아와도 돼' 이렇게 말하는 것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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