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님 때문에 알게 된 유진목 시인님,
내겐 너무 어려운 그녀.
그나마 이 책 '산책과 연애'에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 몇 자 적어 봤다.
자력으로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삶이, 인생이,
이 사회가, 내가 간절히 원하다고 하여 그 원함에 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실패한 방식을 통해 알게 된, 그리하여
그다음엔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방식으로 나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슬프거나 무섭지는 않다. 나는 스스로 죽는 것보다 죽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계속해서 살아 있는 것이 더 무섭다.
시간에 맞춰 개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이 있듯이, 매일 같은 시간에, 특별히
산책을 할 수 없는 날씨가 아닌 이상, 한결같이 집에 방문하여 나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서 나의 상상 속에 도착하는 사람.
내게 못된 말을 하지 않고, 내 몸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가끔씩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어제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사람. 산책에서 돌아오면 나를 창가에 앉혀주고,
내일 봐요, 하고서 떠나는 사람. 나는 창가에서 내일의 산책을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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