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높이
- 가방 -
공항의 짐 찾는 곳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C의 가방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엔 그 가방과 닮은 가방 하나만 빙빙 돌고 있었다.
C는 조용히 그걸 들고 걸음을 옮겼다.
항공사에 물었다간 이마저 못 갖게 될 테니.
무엇이 들었을까, 가슴이 뛴다.
-눈사람-
A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 차며 크게 웃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부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 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 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 눈이 와준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자신의 길이
- 경우 -
경우 없는 사람에 대한 분노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를 용인해왔을 성장환경, 그런 행위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
끊임없이 권력 관계를 재다가 스스로 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폭주하는 교활한 상황 판단에 대한 분노를 모두 포함하기에 복합적이고
근원적이며 폭발적이다.
- 자유 -
한번 홀딱 젖고 나면
다 젖을 수는 없다.
그때부터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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