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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행복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행복을 활동 그 자체로 본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지금 잘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잘 산다고 느끼는 까닭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요약하자면 행복은 '잘 하고 있다'는 지속이다.

 

 예를 들어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로서의 한 시기를 무사히 인고해

마침내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펼치는 순간, 즉 애벌레 시절부터 꿈꿔온 자신의

온전한 형태에 이르게 되었다면 나비는 지금뿐만 아니라 인고의 절정이었던 

번데기로서의 시기까지 '잘해온 것'으로 입증된다. 다시 말해 나비로 완성되어

형태의 궁극인 비상을 이뤄낸 바로 그 시점에서, 생명체로서의 모든 시기가

행복했던 것으로 입증된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고난을 겪고 실패하고,

생명이 위협받았던 것과 상관없이 그는 원했던 형태를 마침내 이뤄냈으므로

그의 모든 활동과 실존은 '행복'이다.

 동일한 설명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이 원했던 형상 내지는 상태를

획득하는 것을 두고 나는 성숙이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행복은 성숙한 인간이

되는 모든 과정의 연속이다. 따라서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상태와 과정도 행복이다.

 

 행복이 인간의 목표라고 한다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순간은 이미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잘살아야 하는데, 잘사는 것은 특수한 기술이나 기능의 점진적 향상이

아니다. 잘산다는 말은 인간성이 원활히 발휘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인간성이야말로

인간 행복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성이란 인간다운 기능이다. 인간의 기능은 생식, 감각, 사유로 나눤다.

생식은 식물도 하는 일이며, 감각은 동물에게도 있다. 하지만 사유는 오직 인간에게만

내재된 기능이다.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지고, 사유를 인생의 본질로 삼았을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 따라서 행복은 사유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선한 삶이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현실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이유는 그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서다.

내가 그를 경멸하는 이유는 그가 나보다 휼륭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머리를 쥐어뜯기라도 해야 그의 면전에서 내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의 이 같은 조급함과 달리 확고한 자의식을 갖춘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이나, 재촉, 경멸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하든 상처받지 않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자의식이야말로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나가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간 상호 간의 관계 맺기에 서투른 까닭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거나, 심술을 부리거나,

교만하거나, 질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내 고집만 부리는 원인은

나보다 휼륭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시기하고 어떻게든 깍아 내리려고 고집을 피우는 원인은,

자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의식이 결여되었다는 것은 나와 나의 관계가 온전히 성립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와 나의 관계도 온전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온전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며, 허영이며, 교만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항구를 출발한 배는

필연적으로 파도를 거슬러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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