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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흰 - 한강

 넋

 

한강 작가님이 '넋'이라 제목 지은 이 내용이 왜 이리 아프냐

 

 

넋이 존재한다면, 그 보이지 않는 움직임은 바로 그 나비를

닮았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해왔다.

 

 그렇다면 이 도시의 혼들은 자신들이 총살된 벽 앞에 이따금

날아들어, 그렇게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파닥이며 거기 머무르곤

할까? 그러나 이 도시의 사람들이 그 벽 앞에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치는 것이 넋들을 위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 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두고 온 고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했고,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 넋들이

이곳에서처럼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보다 사소하게, 그녀는 자신의 재건에 빠진 과정이 

무엇이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몸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녀의 넋은 아직 육체에 깃들어 있다. 폭격에 완전히 부서지지 

않아 새 건물 앞에 옮겨 세운 벽돌 벽의 일부 -- 깨끗이 피가

씻겨나간 잔해 -- 를 닮은, 이제 더이상 젊지 않은 육체 속에.

 

 부서본 적 없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내어 여기까지 걸어왔다.

꿰매지 않는 자리마다 깨끗한 장막을 덧대 가렸다.

결별과 애도는 생략했다. 부서지지 않았다고 믿으면 더이상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몇가지 일이 그녀에게 남아 있다.

거짓말을 그만둘 것,

(눈을 뜨고) 장막을 걷을 것,

기억할 모든 죽음과 넋들에게 -- 자신의 것을 포함해 -- 

초를 밝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