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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김경희

 

그녀의 얼굴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상으로, 얼굴이 좀 크고, 눈은 보통 사이즈로
좀 찢어진 편이며, 코도 입도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피부결은 좀 거친편이서 항상 메말라 보였고, 손이 투박했다.
키는 좀 큰 편이며, 몸이 좀 통통하며, 항상 어깨가 굽어진 채로 걸어 다녔다.
가끔 그녀를 보며 네안데르탈인을 생각한 적도 있다.
움직일 때도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움직여 이동했다.
그녀는 한번도 허둥대는 일 없이, 차분하고, 조용하며, 말이 없고, 잘 웃지 않았다
항상 단발머리에 그 당시 유행하던 청자켓을 자주 입었다.
가수 이문세를 좋아했으며, 이문세 노래를 꽤 잘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한번도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던거 같다.  그 좋아하는 이문세 이야기를 할 때조차도
그녀의 눈빛에는 생기가 없고 절망이 가득했다.
항상 피곤한 얼굴을 하고, 쉬는 시간이면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책을 읽곤 했던 그녀,
목소리가 저음이였는데 아직도 낮고 느린 그녀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동굴에 들어온 것처럼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고 뭔가 집중력이 있는 목소리였다.
순전히 키 순서대로 이루어진 반번호에서 그녀와 나는 키 순서대로 키 짝꿍이였다.
짝궁이라고 다 친한건 아닌건지, 우리는 서로 짝궁이였지만 
우리 사이에는 뭔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화제가 하나도 없었던것 같다.
그냥 그렇게 서로에게 찰떡같이 붙어다니는 짝궁이 없어서 인지, 
고속버스 같은걸 타고 수련회를 갈 때면,  난 그녀와 자연스럽게 짝이 되어  
나란히 같은 칸의 버스에 앉아 갔던 기억이 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니였던거 같다.
그녀의 얼굴에 묻어난 피곤함이 집에 가서도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오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에게는 뭔가 우울하고 그늘진 무언가가 있었다.
집안일인지 뭔지, 개인 성격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기에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내가 알아야할 만큼 친하지도, 그런걸 물어본다고 대답할 것 같지 않았다.
딱 그만큼이 우리 사이였던거 같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그녀를 내가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의 표정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멍을 때리고 있는 표정인데
눈동자의 흔들림없이 먼 곳을 항상 응시하고 있고, 그것은 가끔 슬픈 표정이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했고, 금방 울 것 같기도 했으며, 교실안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듯

어떤 벽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소녀 같았다
 
교실안의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다른 세계에 가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집중해서 멍을 때리고 있어서, 다가가 말 시키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말을 할 때도 상대를 보지 않은 채, 어느 한 곳을 응시하며 지긋히 대답하고
긍정도 아닌 부정도 아닌 모호한 말을 물음표처럼 남기곤 했었다.
 
그녀를 왜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있었을까.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그 어떤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끔 내가 멍 때릴때 신기하게도 그녀가 생각난다.
나도 자주 멍을 때리는 사람이지만서도 내가 멍 때릴때도 그녀와 같은 표정일지 궁금하고
멍 때릴때 그녀도 이런 기분과 분위기 였을까 생각해보고
그녀가 마치 멍때리기의 선두 주자인 양 이렇게 멍 때리는게 맞는건지 묻고 싶을 정도다.
내가 그녀의 멍때리는 모습을 신기하게 보았던 것 처럼
내가 멍때리고 있을때, 남들도 나를 내가 아는 '김경희'처럼 보고 있을까.
가끔이지만 멍 때릴때 그녀의 표정처럼 지어 보기도 한다. 
이런 걸 생각한다는 자체가 멍이 아닌거지, 멍은 자연스럽게 되어져야 하는건데. '김경희'처럼~
그녀는 진정으로 멍때리기의 여신이다. 
매년 초봄에 하고 있는 멍때리기 대회에 나가다면 그녀는 1등일텐데.
그녀의 멍은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멍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멍은 지금 어떤 분위기로 바껴 지금 어디서 멍을 때리고 있을지..
가끔 '김경희' 그녀의 소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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