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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이 책 역시 수정언니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첨에는 사적인 편지를 읽는 느낌이라
웬지 그랬는데 읽다 보니 시인이 따로 없고 사물과 현상에 대하여 쓰신 내용이
참으로 배울게 많다는 걸 느꼈다. 문재인 대통령님도 신영복선생님을 존경한다 하셨다.
1968년부터 1988년까지 20여년 동안 꽃다운 나이를 감옥에서 보내며
가족들에게 쓴 편지는 정말 다 주옥같이 아름답다.
이십대 후반부터 사십대 후반까지 감옥에서 보내느라 너무 분노스럽고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이며 처한 상황에 최선을 다하신 신영복 선생님,
진짜 너무 대단하시고 한편으로 이런 휼륭하신 분이 세상에 나와 할 일을 다하여 세상을
바로 잡으셔도 모자랄 판국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만들다니..너무 안타까웠다.

여기 신영복 선생님이 어머니께 쓴 글이 인상깊어 적어보았다.

제가 어머니께 바라고 싶은 것은 젊은 사람한테 자꾸 배우시라는 것입니다.
옛날 같지 않아 이제는 점점 젊어가는 노인이 되셔야 합니다.
진정 젊어지는 비결은 젊은이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길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아파트로 이사간 부모님께는 이렇게 쓰셨다.

기업체 같은 고층 빌딩 속에서 대체 어떤 모양의 가정이 가능한 것인지,
아버님께서는 수유리의 산보로를 잃고
어머님은 장독대를 잃어 갈 데 없이 TV할머니가 되지 않으시는지.
생활의 편의와 이기들이 생산해내는 그 여유가 무엇을 위하여 소용되는지
그 수많은 층계, 싸늘한 돌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가
실상 흙으로부터의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나 아닌지.
생각은 사변의 날개를 달고 납니다.

그리고 형수님과 재수씨한테도 편지를 굉장히 많이 쓰셨는데
여기 형수님께 쓴 편지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새시대'의 구호와 표어로 갈아붙이느라 몹시 바쁜 날들의 연속이였습니다.
사다리를 올라가 높은 곳에서 일할때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글씨가 바른지 삐뚤어졌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코끼리 앞에 선 장님의 막연함 같은 것입니다.
저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봄으로써 겨우 바른 글씨를 쓸 수 있었습니다.
'푸른 과실이 햇빛을 마시고 제 속의 쓰고 신 물을 달고 향기로운 즙으로 만들 듯이'
저도 이 가을에는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
소중한 겨울의 양식으로 갈무리 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