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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어떤날,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가-김소연,박세연,성미정,요조,이병률, 이제니, 위서현, 장연정, 최상희

어떤날 :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가 1
            - 김소연, 박세연, 성미정, 요조, 이병률, 이제니, 위서현, 장연정, 최상희

순전히 제목만으로 고르게 된 책.
'어떤날' 은 내가 청소년 시기에 너무나 좋아했던 그룹.
조동익, 이병우 아저씨 둘만으로 이루어진 너무나 감성적이고 설레는 음악을 하셨던 두 분.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고 계실까. 그립다.
그러나 이책은 이 '어떤날' 이란 그룹과 아무 상관이 없는
어떤날 그냥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혹은 여행에 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다.
그중에 성미정 시인이 쓰신 ' 우다이푸르 가는 길, 화장실' 이란 글을 잼나게 읽었다.
열세시간씩이나 달려야 나오는 인도 우다이푸르 가는 길을 묘사했는데
열세시간이나 달려도 우다이푸르에 도착하지 않아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어차피 이 버스는 우다이푸르에 도착하게 돼 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우다이푸르에 도착한다.
이 곳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낙관이다.
실제도 우다이푸르에 열일곱시간만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에 가면 어차피 뭐 하게 돼있어~ 오래전부터 이렇게 하기로 예정되었던 거야~
이런 포기상태의 내려놓음을 배우고 오게 되는 것일까.
이번엔 이제니란 시인이 쓰신 글이 있다.

자진해서 충만한 피로를 얻기 위해 우리는 걷고 걷는다.
묻고 묻는다. 질문을 하고 씨앗을 심고, 일상속에서 또 다른 일상속으로 이동하면서
나는 나로부터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다.
내가 내 자신에게 가까워질 때 나는 너에게도 가까워진다.
언제나 어떤 다른 곳의 빛이 희붐하게 어려 있는 이곳을,
이 현재를 현재로 살아가면서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경험속으로 한 발 내딛는 것,
결국 저마다의 여행, 저마다의 내면의 순례가 있을 뿐이다.
굳이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여행은 시작되곤 한다.
제 마음속에 길 하나를 내고 그 마음 길에 오래오래 천천히 살필 수 있는
자라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내내 충만하리라.

나도 어쩌면 주말마다 혼자만의 여행을 위해 산보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걷고 있으면 내 숨의 호흡과 땅에 닿는 내 발의 진동도 느낄 수 있어 좋다.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하며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생각하며 걷는다.
게다가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평일내내 도심에 쩔었던 나의 몸에 위안을 준다.
그럼에도 비행기를 타고 나는 그런 여행을 꿈꾼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막연한 설레임과 흥분,
다시 그 곳으로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