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제목이 너무 신선해서 고른 시집인데 읽으면서도 표현이 너무 기발해서 좋았다.

'술집의 유일한 사자성어인 해물파전' 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제 술집에서 나무판 메뉴에 걸려있는 '해물파전'을 보면  더 정겨울 것 같다.

기분과의 타협끝에 오 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좁은 보폭으로 아껴가며 걷는다.

내가 자주 걷는 방법이다.
천천히 걷고 싶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 아껴 걷기도 하고
생각이 걸음을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수건은 젖었던 순간들을 기억한대
불은 자기를 흔들었던 초의 색을 기억한대
발전은 그 사람의 과거를 기억한대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주면
정말 든든하고 힘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다섯 걸음 걷는 동안
한 걸음 걷는 할머니의 시간도 있죠

할머니. 천천히 걸어도 돼요.
보폭이 달라도 만날 수 있어요
그대는 한세대를 앞서 더 나아간 사람이니깐
내가 더 많이 걸어나가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