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
모든 험담이 무기력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개는 ‘현실적으로 내가 뭔가를 할 수 없을 때’,
‘문제를 조율할 방법이나 에너지가 없을 때’ 또는
‘정면 승부를 하면 오히려 내게 불이익이 올 때’ 뒷담화를 하게 된다.
반대로 내가 해결할 수 있고 주도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뒷담화를 별로 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 시간을 굳이 험담하는 데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 당연히 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뒷담화이다.
이건 말단신입사원이나 고참사원이나 간부급 임원들이나 직장 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때는 나도 너무 이런 것들로 내 시간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
많이 참고 안 하려고 노력하였으나, 할 때는 또 해줘야 마음의 울화도 풀리고
다음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 적당한 선에서 뒷담화를 하는 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중간 간부 없이 사장님께 바로 보고 및 결제를 올려야 해서
거의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럴 경우 나의 이론과 논리는 무시된 채 사장님이 곧 법이라는 논리가 성립되어
참으로 힘들 때가 많다.
아마도 작은 회사는 이렇게 굴러가는 게 다반사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바꿀 수 없다면, 투덜거리지 말고 태도를 바꿔라’ 이 말이 생각나는데
왠지 알아서 기어라는 뜻으로 생각되어 갑자기 슬퍼진다.
사람과의 대화는 말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세상에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생각하는 편지는 대화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글로 나누는 행위이기도 하다.
말로 하는 대화가 완벽하지 않듯, 편지가 모든 관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마음, 관계에 생기기 시작하는 균열,
원래부터 있었던 미세한 틈을 메워주는 것이 편지이다.
말로만 이어온 관계는 단단하지 못하여 잘 허물어지지만,
말과 글을 더불어 쓰고 행동이 더해지면 해가 갈수록 관계가 깊어진다.
그래서 옛 유물 정도로 치부하기에 편지가 가진 힘은 무척 세다.
내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말로 다 못한 이야기를 편지로 가끔씩 쓰는데
진짜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편지의 힘은 쓰는 사람에게는 진심의 전달이고
받는 사람에게 감동이다.
앞으로도 나는 편지를 계속해서 자주 쓸 것이다.
가족, 타인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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