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보면 알바생이 약자나 을이 아니다.
오히려 정규직이 한 수 아래 약자로 나온다.
혜미라는 알바생은 알바하는 동안 아프다고 병원을 다니고
4대보험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고소를 할 수 있다고 정규직인 은영 과장님께
협박 아닌 엄포를 놓고, 그만두라는 말에 해고는 서면으로 30일 전에 통지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1년이 지났으니 퇴직금이 있으며, 권고사직으로 3개월치
월급까지 받게 된다. 게다가 마지막 한 달은 아예 출근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력증명서에 본인이 요청한 직무로 써주길 원한다.
교활하나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알바를 하면서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수도 있고 월급을 떼였을 수 도 있었겠다.
어느새 내 입장은 은영 과장이 참 난감했을 거라 생각에 과장 편을 들고 있었으나
혜미 또한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라서 우리 시대를 참으로 잘 나타내주는
글이 아닌가 싶다.
나도 어떤 비슷한 기억이 난다.
알바했던 시절은 아니고 예전에 전세 계약을 하면서
집주인 부부의 의견이 다른 줄 모르고, 아저씨 말만 믿고 계약을 했다가
아줌마가 나타나 내가 계약자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진짜 어이없게 이사날짜가 안 맞아 약 2주동안 엄마 집에 얹혀살던
비참한 기억이 난다. 이사 짐은 창고료를 줘가며 보관한 채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전세 계약을 할 때, 그 집에 사는 실 주인이고 뭐고 없고
계약자 나오라고, 그러면 계약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피해의 기억은 이렇게 모질게도 슬프게 만들지만 그게 생존이라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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