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수정언니를 만나면서부터 나의 독서는 폭풍처럼 시작되었다. |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모두 섭렵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
최근 베스트셀러나 화제작은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놓고 |
나의 차례가 돌아오는 대로 읽고 있다. |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도서, 즉 좀 지난 책이나 고전들은 바로 대여해서 읽을수 있는데, |
도서관에 갈 시간도 부족하다보니 지하철역에서 찾는 U-도서관은 신청만 하면 |
다음날 찾을 수 있어 편리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 |
한 주에도 책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지, |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내가 다 못 읽은 까닭에 |
출판사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제 책이 그만 출판되었음 하는 생각도 한다. |
내가 주로 책을 읽는 시간은 출퇴근 지하철안에서 |
또는 사무실에서 좀 한가한 날인데 사장님이 안 계신 날, |
퇴근 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기 직전 몇 십분 정도 |
고작 이게 다여서 사실 한 주 동안 읽는 책은 몇 권 안 된다. |
주말이라고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이것저것하고, 약속된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다 보면 |
사실 책 한장 읽을 시간이 없는게 오히려 주말인것 같다. |
나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은 딱 2명있는데 바로 수정언니와 친여동생 김미선이다. |
그녀들은 좀 학구적인데, 나름 내 수준과 정서를 반영해서 나에게 맞는 적절한 책을 |
잘도 권해준다. 나를 책의 세계로 끌여 들여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습관이 잘 들여지지 않는것 같다. |
책을 읽는 것도 나름 고통이 따르는 시간이다. |
바로 앉아서 봐야하고, 앉아서 보다 힘들면 누워서 보기도 하는데, 책의 무게를 이길려면 |
나름 균형을 맞춰서 책을 떠받들고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
이런 신체적인 고통외에 정신적인 고통도 수반한다. |
자꾸만 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스마트폰도 봐야하고, TV도 봐야하고 |
좀 읽다보면 졸리기도 하고, 그래서 자고 싶고, 먹고 싶고, 나가고 싶고 |
수 만가지 유혹이 책 속의 글자위로 뻗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것은 그 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독서가 이기기 때문이다. |
물론, 신체적인 컨디션이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았을 경우이다. |
독서를 고통으로 느낄때, 그래서 독서를 팽개치고 |
딱히 목적없이 스마트폰을 잠깐 보다보면 이건 봐서 뭐하나 생각이 5초만에 든다. |
독서의 목적이 자아성찰이라고 한다면, 나의 내면이 견고해지고 의미로 충만해지는것이 |
스마트폰과 TV의 화려한 유혹을 이길수 있는 힘이다. |
아직도 갈등하지만, 실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기에 나는 그만큼 성숙해진 것이다. |
출판사에는 또 미안한 얘기지만 예전의 나는 책을 구입해서 보는 스타일이였으나. |
이제는 사지 않고 대부분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보게 되었다. |
그 많은 책을 다 구입할 수 없는 까닭이거니와 집에 쟁여놓을 책꽂이가 없는 탓이다. |
지금 있는 책도 알라딘이나 중고시장에 내 놓을까하는 생각이다. |
책과 하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다. |
어디에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
집에도 카페에도 비행기에서도 지하철에서 버스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
바닷가에서 강가에서 잔디밭에서 공원에서 캠핑장에서 휴가지 호텔에서 |
어디서든 쏙쏙 나타날 수 있는 책, 나는 이 물건을 사랑한다. |
언제든 함께 할 수 있고 언제든 읽을 수 있고 그래서 내 것이 될 수 있다. |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조연이기도 하고 목격자이기도 하고 |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
그래서 인물들을 맘속으로 응원하고 애타하고, 또는 경멸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
나의 오만가지 감정을 다 나타나게 하고 마지막 페이지로 책을 덮지만 |
그 후에도 내 끝나지 않은 감정으로 인해, 그 책은 내안에서 더 오래 산다. |
책은 내 묵은 감정들을 스트레칭 해준다. |
기쁨, 노여움, 즐거움, 분노, 짜증, 희열, 설렘, 행복, 우울, 상쾌, 불쾌, 반가움, 혐오 등 |
평소 불러오지 못한 감정의 끝을 내달려 쭉 뻗게 만든다. |
앞으로도 내 삶의 풍요와 질을 위해 유연한 스트레칭을 할 예정이다. |
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