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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2019 제 10회 젊은 작가상-박상영 외

 

매년 젊은 작가중 좋은 작품을 골라 이렇게 책이 나온단다.총 7편의 작품이 실렸는데 그 중에 백수린 작가님의 '시간의 궤적'이란 소설이 좋았다.프랑스로 이주하면서 살게된 두 여성의 삶을 다뤘는데
 
이 작품을 읽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때는 2말3초, 청춘을 다해 정말 평일 저녁에도 회사 끝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던 때,
평일 저녁에도 영화를 보고, 맛난 음식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또는 인라인 가방을 짊어 매고 월드컵공원에서 인라인을 타거나
일산으로 밤 드라이브를 갔던 때,
주말엔 클럽에 가서 밤새 놀고 놀고 놀고, 너무나 신났던 때,
당시 놀던 사람들 중에 온라인 동호회에서 만난 나보다 한 살어린 여동생 '김O혜', 
무엇때문에 그녀와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항상 잘 붙어 다녔고
둘이 따로 만날 정도로 아주 친해졌다.
키 160cm이 안 되는 작은 체구에 유난히 빈티지스런 옷을 즐겨입고
머리는 항상 짧은 단발에 C컬을 하였으며, 얼굴은 하얗고 맥주를 좋아하고
싱글로서 많은 것을 즐기고 사는 동생이라 기억한다.
일본을 좋아해서 일본어도 꽤 하는 것 같았고, 해외여행은 일본만 갔던 그녀,
그래서 나도 그녀와 함께 동경 도깨비여행을 단 둘이 간 적이 있었다.
그곳 동경에서 그녀의 지인을 둘이나 만났고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 나에 대한 배려 없이,
함께 갔지만 굉장히 외롭고 허망했던 여행으로 기억한다.
우리 둘은 힙합을 좋아해서 드렁큰타이거 스탠딩 콘서트도 가고 홍대클럽도 함께 가서 춤추고
아는 오빠들과 스키장에도 가고 주로 강남역에 만나 밥도 마시고 술도 마시곤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도 2경기중 1경기는 만나서 함께 광화문, 강남에서
붉은 악마티 입고 응원도 하고 신나서 새벽까지 거리를 배회했었다.
동호회가 와해된 뒤에도 우리 둘은 자주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둘은 적당히 소심한 가운데 일상에서의 소소한 일탈을 즐기는 부류였던것 같다.
너무 나대지도 오버하지도 않는 가운데 내 틀을 지키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잘 지내왔었다.
이런 만남이 3년은 지속된 것 같았는데 어느날 그녀가 내게 돈 오백만원을 꿔달라고 하면서부터
우리의 관계가 끝이 났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그녀의 생활 소신으로 보아 돈을 꿔달라고 하는것이 너무 이상했다.
적잖이 당황한 나는 알아 본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순간
맥락없는 그녀의 요청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실망하고 또 실망했다.
알고보니 그녀의 빈티지스런 옷, 가방, 신발 기타 잡화들은 아주 값나가는 것들이였다.
카드를 마구 긁던 그녀는 더 이상 돌려막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소비의 여왕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가까이 있는 나에게 돈을 빌리게 된 것이리라.
우리의 관계가 끝나게 된 건, 내가 돈을 안 꿔줘서 관계가 대면대면해지면서 였는데
만약 그 때 내가 돈을 꿔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관계는 계속 지금까지 이어졌을까.
그녀가 내게 돈을 꿔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우린 연락하고 지냈을까.
관계를 이렇게 만든 그녀가 당시는 야속하고 미웠다. 왜 인연을 이렇게 망쳐버린거니 하며,
만약 끝날 인연이였다면 거기가 끝인거라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실은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아직까지도 소중하게 기억한다.
가끔 지하철에서 빈티지차림의 아담한 여성을 보면 그녀를 떠올리곤 했으니까.
 
백수린 작가님의 이 작품의 주인공과 친한 언니의 관계가 꼭 그 시절의 나 같았다.
어떤 관계가 꽃처럼 피었다가 결국 져버리는 과정 그 자체.
관계의 생로병사
 
그녀와 나의 관계도 한때는 꽃처럼 피었다가 실망으로 졌다가 결국 죽었다. 관계의 생로병사.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는 그녀,
지금 현재는 없지만 내 인생 솔로 시절을 빛나게 해 준 그녀,
어떻게 살고 있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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