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젊은 작가중 좋은 작품을 골라 이렇게 책이 나온단다.총 7편의 작품이 실렸는데 그 중에 백수린 작가님의 '시간의 궤적'이란 소설이 좋았다.프랑스로 이주하면서 살게된 두 여성의 삶을 다뤘는데 |
이 작품을 읽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
때는 2말3초, 청춘을 다해 정말 평일 저녁에도 회사 끝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놀던 때, |
평일 저녁에도 영화를 보고, 맛난 음식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
또는 인라인 가방을 짊어 매고 월드컵공원에서 인라인을 타거나 |
일산으로 밤 드라이브를 갔던 때, |
주말엔 클럽에 가서 밤새 놀고 놀고 놀고, 너무나 신났던 때, |
당시 놀던 사람들 중에 온라인 동호회에서 만난 나보다 한 살어린 여동생 '김O혜', |
무엇때문에 그녀와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항상 잘 붙어 다녔고 |
둘이 따로 만날 정도로 아주 친해졌다. |
키 160cm이 안 되는 작은 체구에 유난히 빈티지스런 옷을 즐겨입고 |
머리는 항상 짧은 단발에 C컬을 하였으며, 얼굴은 하얗고 맥주를 좋아하고 |
싱글로서 많은 것을 즐기고 사는 동생이라 기억한다. |
일본을 좋아해서 일본어도 꽤 하는 것 같았고, 해외여행은 일본만 갔던 그녀, |
그래서 나도 그녀와 함께 동경 도깨비여행을 단 둘이 간 적이 있었다. |
그곳 동경에서 그녀의 지인을 둘이나 만났고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 나에 대한 배려 없이, |
함께 갔지만 굉장히 외롭고 허망했던 여행으로 기억한다. |
우리 둘은 힙합을 좋아해서 드렁큰타이거 스탠딩 콘서트도 가고 홍대클럽도 함께 가서 춤추고 |
아는 오빠들과 스키장에도 가고 주로 강남역에 만나 밥도 마시고 술도 마시곤 했다. |
2002년 한일 월드컵때도 2경기중 1경기는 만나서 함께 광화문, 강남에서 |
붉은 악마티 입고 응원도 하고 신나서 새벽까지 거리를 배회했었다. |
동호회가 와해된 뒤에도 우리 둘은 자주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
우리둘은 적당히 소심한 가운데 일상에서의 소소한 일탈을 즐기는 부류였던것 같다. |
너무 나대지도 오버하지도 않는 가운데 내 틀을 지키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
범위안에서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잘 지내왔었다. |
이런 만남이 3년은 지속된 것 같았는데 어느날 그녀가 내게 돈 오백만원을 꿔달라고 하면서부터 |
우리의 관계가 끝이 났다. |
그동안 내가 보아온 그녀의 생활 소신으로 보아 돈을 꿔달라고 하는것이 너무 이상했다. |
적잖이 당황한 나는 알아 본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순간 |
맥락없는 그녀의 요청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실망하고 또 실망했다. |
알고보니 그녀의 빈티지스런 옷, 가방, 신발 기타 잡화들은 아주 값나가는 것들이였다. |
카드를 마구 긁던 그녀는 더 이상 돌려막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예상된다. |
아마도 소비의 여왕이였던 것 같다. |
그래서 나에게, 가까이 있는 나에게 돈을 빌리게 된 것이리라. |
우리의 관계가 끝나게 된 건, 내가 돈을 안 꿔줘서 관계가 대면대면해지면서 였는데 |
만약 그 때 내가 돈을 꿔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관계는 계속 지금까지 이어졌을까. |
그녀가 내게 돈을 꿔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우린 연락하고 지냈을까. |
관계를 이렇게 만든 그녀가 당시는 야속하고 미웠다. 왜 인연을 이렇게 망쳐버린거니 하며, |
만약 끝날 인연이였다면 거기가 끝인거라 그냥 받아들이는 수 밖에, |
실은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아직까지도 소중하게 기억한다. |
가끔 지하철에서 빈티지차림의 아담한 여성을 보면 그녀를 떠올리곤 했으니까. |
백수린 작가님의 이 작품의 주인공과 친한 언니의 관계가 꼭 그 시절의 나 같았다. |
어떤 관계가 꽃처럼 피었다가 결국 져버리는 과정 그 자체. |
관계의 생로병사 |
그녀와 나의 관계도 한때는 꽃처럼 피었다가 실망으로 졌다가 결국 죽었다. 관계의 생로병사. |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는 그녀, |
지금 현재는 없지만 내 인생 솔로 시절을 빛나게 해 준 그녀, |
어떻게 살고 있니.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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