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지 않았다며 연락이 왔다.
그리고 잃어버렸으면 똑같은 도서로 구입해서 채워놓으라고 한다.
그 책은 아이가 3월에 빌렸던 책인데 당시에 반납 기한을 훨씬 넘겨 반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자주 못 가다 보니 제때 반납을 하지 못한거 같다.
공공도서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에 나도 아이한테 빨리 반납하라고 여러 번 채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간 아이와의 확인이 필요해 선생님께는 아이와 먼저 확인 후 잃어버렸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책은 반납했다고 나에게 다시 확실히 말했다.
나는 선생님께 아이가 반납 기한을 넘겼지만 반납을 했고, 그래서 다시 한번 확인해 줄 수 있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사서님에게 직접 반납했는지 아니면 도서함으로 반납했는지 물었다.
아이는 도서함으로 반납했다고 했고 그렇게 전달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사서 선생님과 확인 후 다시 알려주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도서를 반납하지 않았으며 잃어버렸다고 단정지었다.
낙인된 이미지가 모든 상황을 다 부정적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슬펐다.
책을 못 찾았으면 다시 연락이 오셨을 텐데,
오후 내내 연락이 없어서 혹시 책을 찾고도 연락을 안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찾고 '아, 여기 있었네, 그럼 됐어' 이렇게 치부하고 오해했던 사람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이가 책을 분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일 처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려 했다.
설마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지 하며 아직도 확인 중 일거야 라고 생각하며 선생님과 사서님을 믿었다.
만약 연락이 계속 안 올 경우 아이의 명예 회복을 위해 선생님께 다시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괜히 다시 물어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책이 있든 없든 간에 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야 하는 것은 맞는 것이다.
드디어, 오늘 아침 일찍 담임선생님께 문자가 왔다.
'어머님~ 사서선생님이 진영이 반납 책 확인했다고 합니다.
서가에 꽂혀있다고 합니다. 반납확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셨습니다.'
아 ! 이 얼마나 고마운 문자인가.
반납이 된 게 너무 고맙고, 반납 확인 문제를 시인한 것도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도 너무 고마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문자를 주셔서 마음의 상처가 될 뻔한 일을 잘 말해주셔서 고마웠다.
으레 잘 잃어버리고 생각 없는 아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편견과 선입견의 오해가 있었지만 한 인격체로 존중 받아 다행이었다.
아이에게 이 사실을 잘 전달하였다. 집에 가서도 다시 한번 잘 얘기할 생각이다.
사실 내 마음부터 반성해야 한다. 몇 달도 한참 지난 3월의 일이라 그 책이 학교 도서관에 없다고 하니
나도 처음에는 분실된 도서를 사서 채워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이 너무 확고하여 반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반납 확인을 다시 요청한 것이고 이에 사서님이 다시 한번 확인하여 준 것이다.
나의 재확인 요청이 없었더라면 내가 도서를 구입해서 학교에 갔다 줬더라면
아이는 또다시 문제 아이로 낙인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낙인된 아이는 아이 스스로가 만드는 게 아니라 어른이 만드는 것 같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한다.
정말 미안하다,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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