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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USB 손상

USB가 손상되어 저장된 파일을 하나도 쓸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엔 나의 가계부, 나와 가족 사진들, 오랜 병원 기록들, 끄적거렸던 습작들,

심지어 생리 주기까지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거의 십 년의 세월을 통째로 잃어 버렸다.

USB를 복구하려고 알아보니 사십이만구천원을 달란다.

헉, 너무 비싸서 이게 맞나 싶었다.

과연 이 데이터가 이만한 거금을 주고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아니다 라고 판명 났다.

가계부는 어차피 소비한 지출 쓴 것인데, 이제부터 다시 쓰면 되고,

병원 기록은 병원 계속 갈건 데 다시 기록을 생성시키면 되고,

사진? 사실 찍어 놓고 잘 보지도 않는데 왜 잃어버리고 보고 싶은 건 뭐냐.

뭐니 뭐니 해도 맘에 걸리는 것은 그래도 습작들,

이건 나의 창작물인데 그래도 봐줄 만한 게 있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긴 하다.

과거 기록을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사실 그렇게 바뀌는 것 없는데

인생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새롭게 나의 기록을 다시 써나가는 거야.

몸과 마음의 기록, 아마 전보다 더 잘 써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반 백살 살았으니 다시 시작, 좋은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이렇게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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