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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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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괴로워 좋은 날이 좋은 날임을 알지 못하는 지금 요즘은 독서를 해도  집중도 안 되고, 책을 읽고 나서도 독후감을 안 쓰고 있다.글도 안 쓰고, 글은 또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모든 게 귀찮다.어떤 날은 내가 너무 부족해서 한 없이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요즘 이 생각을 참 많이 한다. 내 글이 활자화 되어 책이 나온 뒤로, 이렇게 부끄러운 글이 세상에 이렇게 쉽게 나와도 되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 실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아니, 현재의 내 능력이 여기인데, 나는 많은 노력도 하지 않고 내 능력보다 더 한 것을 원했고 힘들어했다. 내면의 성찰 없이 글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데, 독서도 건성이고 마음 가짐도 엉망인데 내가 뭘 더 잘 쓸 수 있을까. 한심하다. 올해의 어지러운 많은 일들은 나를 힘들게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 사실..
피하고 싶은 그 이름, 김미영 김미영 ! 올해의 가장 듣기 싫고, 제일 피하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바로 김미영이란 이름이다. 나는 올해 김미영 이란 사람을 꺼려하게 되었고, 되도록이면 멀리하고 싶고, 모르고 싶다. 김미영은 바로 아이 담임 선생님 이름이다. 담임한테 연락이 온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며거의 대부분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 오는 것 때문에 반가울리가 없다. 전화기에 김미영 이라고 뜰 때마다 보이스 피싱 전화처럼 받기 싫어서 미칠 지경이다. 마치 저승사자가 손을 뻗는 듯, 전화가 오면 나의 낯빛은 어두워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광대며 어지럽기까지 하다. 매일 연달아 연락이 올 때는 119 구급차를 대기 시켜놓고 전화를 받아야 할 정도로 통화하다가 쓰러질 것만 같다.  그렇다고 안 받..
돌발성 난청 추석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더니 인상을 매우 찌푸리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예전에 이석증이 있었는데 그게 도진 게 아닌지 의심됐다. 마루에서 화장실 가는데도 거의 기어서 갈 정도로 힘들어했다. 안되겠다 싶어 연휴에 문을 연 병원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이비인후과가 12시까지 진료한다 하여 나갈 채비를 했다. 남편은 겨우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병원은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어서 평소 걸음으로 12분정도만 걸으면 된다. 하지만 아픈 사람을 이끌고 갈려니 너무 멀게 느껴졌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통하는 지하1층에 내렸는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잠깐 있으라 하고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산을 가지러 집으로 갔다..
자식은 개미지옥 자식은 개미지옥이다.자식을 낳을 때부터 내가 죽을 때까지 이 관계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아닌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객관성을 잃고 자식한테 휘둘리며 놀아난다.그런 과정에서 자식은 어긋나기도 하고 바른 인성을 갖지 못하기도 한다.처음에 잘못을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데 이번 한번만이라고 눈을 감아주면서그 잘못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대도 옳지 못한 길로 가게 냅둔다.작은 도둑질에서 멈춰야 한다는 건 알고 있으나 그것을 한번 허용해준 부모는당장에 자식의 아픔을 보지 못해 너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같은 실수를 한다.
나는 아직 이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무실 동생이 회사를 관둔다고 한다. 알고 지낸지 18년이 넘었고 같이 일한 것도 15년이 넘었다.이 정도면 보통 인연이 아니다. 월화수목금 매일 얼굴 보고, 같이 점심을 먹고 함께 희로애락을 나눈 사이다. 그런 동생이 요즘 들어 몸이 안 좋고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아 부쩍 힘든 모습을 보였다. 동생은 성격적으로 쉴 새 없이 말을 많이 해서 화를 푸는 성격이라 습관적으로 내뱉는 불평 불만이 아주 많다. 그런 동생의 마음을 언젠가부터 내가 안 듣고 있었기 때문일까? 의논 한마디 없이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해서 사장님께로 달려가 퇴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순간 얼마나 힘들었으면 다짜고짜 관둔다고 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언니들한테 언지도 안하고 사장님께 직진한 것에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고 안..
내가 늙었다고 느낄 때 아침에 일어났는데 얼굴에 베개 눌린 자국이 오랫동안 안 없어질 때몸에 난 상처가 오랫동안 멍들어 있거나 새살이 빨리 안 돋을 때앉았다 일어날 때 몸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거나 나도 모르게 '영차' 하며 기압을 넣을 때손등과 목의 주름을 보았을 때예전처럼 빨리 뛸 수 없을 때예전처럼 소화가 잘 안 될 때작은 글씨가 안보여 안경을 벗고 가까이 그것을 들이댈 때
머리 땋는 여자 우리 사무실 동료 중 유일하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가 있다. 이 언니는 이 직장에 거의 십 년 이상 나랑 일해서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 정도는 안다. 내가 느끼는 이 언니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독특하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한가지 부분만 얘기할 작정이다. 바로 머리스타일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씩 꼭 머리를 땋고 온다.  머리 기장이 땋을 수 있을 정도로 어깨를 넘는데, 한 번은 양 갈래로 발랄하게 따고 오고, 어느 날은 지리산 청학동 아이들처럼 하나로 따고 온다. 또 어떤 날은 디스코로 따오고, 어느 날은 굉장히 기분이 업 되었는지 머리를 높게 하나로 묶고 그 아래로 땋아서 마무리를 한 적도 있다. 첨엔 이 기이한 땋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나이가 몇 살인데 머리를 ..
김태희 내게 좀 통통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과거 형으로 쓰는 것은 현재 그녀는 통통하지 않다는 것이다.그녀의 이름은 김태희,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고 2때였다. 우리반도 아닌데 우리 반에 와서 수업을듣는 독특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실루엣이라 어딜 가나 그녀는 눈에 띄었다. 나는 당시 굉장히 내성적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다소 적극적이고괄괄해 보였던 그녀와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 치도 못했다. 그러던 중에 우리는 고3때 같은 반이 되었다. 당시 이름 가나다순으로 자리를 앉았기 때문에 같은 김씨인 그녀와 나는 같은 구역에 앉게 되었다. 그래서 친해지게 되었고 같이 도시락을 먹고, 쉬는 시간에는 매점으로 달리고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도 재..